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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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5. 13.

한국외교에 있어 한·미관계는 한·중관계를 보는 창이자 거울이다. 특히 정상회담은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시켰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구상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었으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과 같은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의도된 행동은 곧 열리게 될 한·중 정상회담을 다분히 의식한 측면이 있다.


물론 한·미 정상회담을 보는 중국 내 여론은 일단 한·미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것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일본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으며 한·중관계 발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은 중국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크지 않다. 왜냐하면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가 강하고 6자회담과 같은 다자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선호하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대화’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경향DB)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어떻게 ‘한·중관계판’으로 만드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제재와 압박이라는 두 요소를 함께 지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은 과거 ‘동북아 평화와 번영정책’은 적극적으로 지지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나 그 새로운 버전인 ‘상생·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명시적 지지를 유보했다. 이것은 중국이 북한과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제재보다는 대화를 선호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시진핑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우리 언론에 보도된 중국의 대북금융제재와 같은 사안도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략적 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진화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미국의 동아시아 재균형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공약의 하나인 한-미-중 전략대화 구축문제이다. 이미 한·미 간, 한·중 간에는 차관급 전략대화를 비롯한 다양한 대화기제가 있지만, 여기에 소(小)다자대화라는 새로운 기제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그 형식과 역할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중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마당에서 추가로 북한의 고립을 강화시키는 기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한·중관계의 준칙인 전략적 협력동반자를 업그레이드하는 실천방안의 하나로 인문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눔과 배려’라는 한·미동맹과 ‘인문유대’를 통한 한·중관계의 짝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문유대의 취지는 한반도 상위정치(high politics)에 따라 한·중관계가 출렁이는 것을 막고 위기가 발생해도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미 2008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인문유대’를 바탕으로 한 인문교류 강화를 합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운 의제이다. 문제는 지금도 방만한 행사위주의 인문교류의 내용을 ‘전략관계’에 걸맞은 구체적 방안을 찾는 일이다.


한·중관계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권 출범 초기 서로에 대한 기대를 정책과 현실로 바꾸는 과정은 많은 신뢰를 위한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메시지 관리이다. 지금 한·중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는 다를 것이다’는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관계에는 인식의 차이와 기대의 차이가 엄존하고 이미 그 차이가 프레임에 갇힌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 양자관계에는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균형감각과 신중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희옥 | 성균관대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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