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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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진우의 도쿄 리포트55

도쿄 올림픽과 ‘오모테나시’ “오. 모. 테. 나. 시.”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위원인 아나운서 다키가와 크리스텔이 손동작에 맞춰 한 음절씩 끊어 말한 ‘오모테나시’ 연설이 화제를 모았다. ‘오모테나시’는 특별한 대접을 뜻한다. 다키가와는 “오모테나시는 손님을 마음으로부터 맞이한다는 깊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연설은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모테나시’는 그 해 일본 유행어 대상에 올랐다. 다키가와는 지난달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과 결혼을 발표했다. 그렇게 유치한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1년이 채 안 남았지만, ‘오모테나시’ 전선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줄곧 지적돼온 폭염 등 날.. 2019. 9. 17.
‘한국 때리기’의 구조 “요즘 뭐가 잘 팔리나?” “당연히 ‘한국 때리기’지.” 이달 초 도쿄 중심가에서 우연히 듣게 된 대화 내용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각의(국무회의) 결정하면서 한·일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던 때였다. 대화 내용으로 미뤄볼 때 언론·출판계에서 일하는 이들인 듯했다.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이런 대화를 하는 데 놀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요즘 일본 매체들의 ‘한국 때리기’는 도를 더하면 더했지, 전혀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여론에 영향이 큰 방송의 행태가 가관이다. 최근 한국에서 공분을 산 화장품기업 DHC의 자회사 ‘DHC TV’의 역사 왜곡과 한국 비하가 공중파 방송에까지 번진 모양새다. 뉴스나 연예 정보 등을 가볍게 다루는 .. 2019. 8. 28.
일본발 ‘가짜뉴스’ 요즘처럼 일본 신문이나 TV를 보는 게 심란했던 적이 없다.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를 두둔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억측과 중상, 불만과 조롱이 넘치는 내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이나 ‘촛불혁명’ 등을 두고 일본의 ‘한국 깎아내리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도가 지나치다.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의구심이 간다는 억지뉴스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보복조치의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들면서 확인되지 않는 얘기를 흘리고 북한과의 연관 의혹까지 제기한다.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일본 정부·여당 관계자발로 전략물자의 ‘북한 유출설’을 흘린다. 아베 신조 정권과 가까운 신문·TV가 근거 없이 한국의 수출관리가 엉망이라는 보도를 내보낸다. 사린가스나 VX 같은 생화학무기 제조에 전용 가능한 물자 유출설도 곁들.. 2019. 7. 17.
무감각 구조의 고착화 “이제 아예 ‘손타쿠’를 넘어서네요.” 최근 ‘노후자금 2000만엔’ 문제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대응을 두고 도쿄의 외교 소식통이 혀를 내두르며 한 말이다. ‘손타쿠’는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촌탁(忖度)’의 일본식 발음이다. 이 말은 아베 정권 들어선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긴다’는 뜻으로 주로 사용된다. 정부 관료나 공무원들이 알아서 정권에 코드를 맞추는 점을 비꼰 것이다. 이런 ‘손타쿠’를 넘어선다고 평가받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발단은 지난 3일 금융청이 발표한 ‘고령사회의 자산 형성·관리’ 보고서다. “연금 생활을 하는 고령부부는 30년간 약 2000만엔(약 2억1900만원)의 여분 저축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정부가 연금정책의 실패를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2019. 6. 19.
가와사키 사건이 던진 물음 지난달 28일 일본 가와사키(川崎)시에서 51세 남성이 학교 버스를 타려던 초등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일본 사회의 충격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 사회가 껴안고 있는 고민거리들이 드러난 까닭이다. 이 남성이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정확한 동기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일본 사회에 수차례 충격을 안긴 ‘도리마 사건’으로 규정짓는 분위기다. 일본에선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위해를 가하는 것을 ‘도리마(거리의 살인마) 사건’이라고 한다. ‘묻지마 살인’인 셈이다. 도리마 사건은 2008년 아키하바라(秋葉原) 사건을 통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도쿄 번화가.. 2019. 6. 5.
아베식 ‘극장 정치’ 일본은 한국에 비해 ‘사건·사고’나 ‘격변’이 많지 않은 나라라고들 말한다. 사회가 안정돼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반면 한 일본 시민운동가는 변화의 열망이 시들한 일본 사회를 한국과 비교하면서 한숨 쉬기도 했다. 이런 일본에서 일왕 교체로 인한 ‘개원(改元·연호가 바뀜)’은 수십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임에 틀림없다.(앞선 개원은 30년 전인 1989년 1월에 있었다.) 지난 4월1일 새 연호 ‘레이와(令和)’ 발표부터 4월30일 아키히토 일왕 퇴위, 5월1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 4일 일반 국민 참하(參賀·궁에 들어가 축하함)까지 눈길을 끌어모으는 이벤트들이 줄줄이 있었다. TV에는 “좋은 시대가 오면 좋겠다”는 식의 시민 인터뷰가 반복해서 나왔고, ‘새 시대’라는 단어가 흔하게 사용.. 2019. 5. 14.
‘일본 대단해’론의 함정 지난 10일 밤(한국시간) ‘인류 사상 첫 블랙홀 관측’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 세계 13개 연구기관, 200명 이상의 연구자가 참가한 ‘사건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 프로젝트팀이 처녀자리 은하단에 있는 M87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블랙홀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관측은 블랙홀 연구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언론도 이를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한국도 참여’라는 대목을 빼놓지 않았다. 역사적인 프로젝트에 한국도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주요 신문들은 11일자 조간 1면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 국립천문대를 비롯한’ 국제연구팀의 성과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보수·우익 성향 제목이 묘했다. ‘블랙홀 포착.. 2019. 4. 23.
일본의 ‘개원 피버’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핫’한 단어는 ‘개원(改元·연호가 바뀜)’이다. 오는 30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와 5월1일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의 즉위를 앞두고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TV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1989~2019년)’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넘친다. ‘헤이세이 최후의 ○○’라는 상품 판매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나루히토 일왕의 연호가 ‘레이와(令和)’로 정해지면서 분위기는 더 달아오르고 있다. 그간 새 연호에 대한 예상이나 설문조사를 연일 보도해온 언론 매체들은 특집을 대거 마련했다. 백화점에선 ‘레이와’ 글자를 새긴 케이크를 판매하는 등 일찌감치 ‘레이와 마케팅’도 벌어지고 있다. 히로히토(裕仁) 일왕 서거에 따라 ‘자숙’ 분위기가 사회 전체를 짓눌렀던 19.. 2019. 4. 2.
일본, 노인들 ‘쓰레기집’ 고민…정부가 쓰레기 치우기 돕는다 “만약 우리 부부가 쓰레기 내놓는 걸 계속했으면 나자빠졌을 겁니다.” 일본 지바(千葉)현 나가레야마(流山)시에 사는 한 노인(86)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의 쓰레기 배출 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다. 현관 앞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어두면 청소업자가 매주 1회 무료로 수거해간다. 쓰레기 분리는 도우미가 거들어준다. 그전까지는 집에서 35m 떨어진 쓰레기장까지 가져갔다. 폐기종을 앓고 있는 그에겐 고역이었다. 나가레야마시가 쓰레기 배출 지원을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 이용자는 100가구에서 140가구로 늘었다. 하지만 이는 65세 이상 인구(약 4만5000명)의 0.4%에 지나지 않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전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사회 문제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고미야시키(쓰레기집)’다.. 2019.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