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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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79

하나의 학교, 두 개의 기숙사 우시(無錫) 직업기술대학교의 기숙사에 살고 있는 400여명의 학생들은 이달 초 학교 측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퇴거 명령을 받았다. 일주일 내로 기숙사를 비우고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현재의 기숙사는 재작년에 지어진 최신식이지만 이사 가는 곳의 시설은 매우 낙후됐다. 심야에는 온수가 공급되지 않아 샤워하기도 힘들다. 잘 지내고 있던 기숙사를 놔두고 후진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원래 살던 기숙사가 유학생 기숙사로 바뀐다는 것이다. 당초 6인실이었으나 2인실로 개조해 더 호화롭게 만들고 유학생들을 받겠다는 학교 방침에 학생들은 폭발했다. “못 나가겠다”는 학생들과 “당장 나가라”는 교직원 측이 충돌했다.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너희 것이 아니라 학교 것이.. 2018. 7. 25.
신시대 중국 대학생 소송 지난해 6월 중국 대입시험을 끝낸 리모양은 베이징에서 톈진으로 기차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유를 만끽하려고 예약한 침대칸은 ‘간접흡연 고문칸’으로 변했다. 객실과 객실 사이에 있는 흡연구역에서 승객뿐 아니라 열차 승무원들이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다. 열차 객실에는 어린이와 임신부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흡연을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중국의 고속철도에서는 흡연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부과하고 추가 적발되면 고속철 영구 탑승 금지 조치를 하는 등 엄격히 금연 정책을 실시한다. 그러나 일반 열차는 여전히 흡연구역이 존재한다. 냉방 시스템이 에어컨으로 바뀌면서 환기는 어려워졌는데 흡연구역은 철거되지 않아 거대한 간접흡연 구역으로 변한 것이 문제다. 리양은 열차 안전 규정을 찾아.. 2018. 7. 4.
대륙의 갑질 광안(廣安)시는 중국 쓰촨(四川)성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충칭(重慶)시의 위세에 기 한번 펴지 못하는 처지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의 고향이라는 말만 나오면 어깨에 힘을 준다. 최근 이 작은 소도시의 부서기가 중국에서 덩샤오핑 못지않은 ‘유명인’이 됐다. 다만 명성이 아닌 오명이라는 점이 문제다. 오명의 시작은 지난 11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청두의 한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간 단톡방 대화가 공개되면서부터다. 대화 내용은 그야말로 ‘갑질’의 전형이다. 교사는 단톡방에서 옌(嚴)모 원생이 잘못을 저질러 혼자 앉아 있게 하는 벌을 줬다고 알렸다. 그러자 옌 원생 엄마는 “당장 유치원 전체 원생들과 교사들이 있는 앞에서 우리 딸에게 공개 사과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장에게 당신이 옌 부서기 딸을 어떻.. 2018. 5. 23.
한한의 독설 “당신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었지만 동년배 친구들은 이제 당신을 버렸다.”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는 중국의 한한이 모바이크 창업자 후웨이웨이에게 독설을 했다. 두 사람은 1982년 동갑이다. 한한의 독설은 중국 최대 외식배달서비스 업체인 메이퇀이 모바이크를 약 4조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직후 나왔다. 후웨이웨이는 중국 직장인들에겐 꿈이자 희망 같은 존재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후 11년간 기자로 일했다. 창업이나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3년 전 모바이크를 창립했다. 자전거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GPS 칩이 내장된 자전거를 특수 제작해 실시간 수요와 동선을 파악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업계를 빠르게 장악했다. 자전거 1000대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 .. 2018. 5. 2.
중국 ‘마라톤 열풍’의 그늘 중국 스포츠 애호가들 사이에서 ‘4·15 마라톤 지도’는 꿈의 지도다. 이 지도는 15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각 도시에서 열리는 43개의 마라톤 대회를 붉은색 중국 대륙에 꼼꼼히 표시해둔 것이다. 중국 육상협회에서 인정한 마라톤 대회가 15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4월15일은 마라톤 축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6만명이 참여하는 이날의 마라톤 행렬을 두고 현지 언론은 중국 설인 춘제 귀성 행렬과 비교하고 있다. 중국의 마라톤 열풍은 불과 몇 년 새 급속히 가열됐다. 7년 전만 해도 22개에 불과했던 마라톤 대회는 지난해 관련 대회까지 포함해 1100개로 불어났다. 대회에 참가한 인원만 500만명에 달한다. 마라톤 열풍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관련돼 있다. ‘중산층이 즐기는 운동’이라는 인식.. 2018. 4. 11.
영재반 폐지와 ‘99.8%’ 중국 과기대 영재반의 시작은 황홀했다. 1979년 10대 초반의 청소년 21명이 영재 자격으로 과기대에 정식 입학했다. 가장 어린 학생은 11살에 불과했다. 10년간 문화대혁명이라는 암흑기를 지낸 후 지식 기반이 허물어졌던 당시 중국에서는 이 영재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이들은 ‘지식 황무지 위의 소년 돌격대’라고 불렸다. 돌격대원들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 중 한 명이 닝보다. 과기대 영재반에서 ‘최초의 천재 소년’ 인증을 받은 닝보는 19살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그러나 닝보는 너무 빨리 다가온 성공을 소화시키지 못했다. 1998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영재교육의 폐단을 공개 비판했고, 갑자기 출가를 선언했다. 그동안 베이징대, 칭화대 등 여러 대학이 영재반을 만들었지만 슬그머니 폐지했다. 현재.. 2018. 3. 21.
독감 아래 베이징 “영하 20도의 하얼빈 겨울을 견뎌온 장인어른에게 베이징의 추위는 대수롭지 않았다. 그날도 감기에 걸릴까 걱정하는 아내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볕이 좋다며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웃옷도 입지 않은 채였다.” 수많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든 글 ‘유행성 독감 아래 베이징의 중년’은 이렇게 시작된다. 장인이 감기가 든 ‘그날’부터 사위가 써내려 간 29일간의 기록이다. 공개된 지 3일 만에 8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클릭 수는 2000만 건에 달한다. 콧물로 시작된 장인의 감기는 점점 심해져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동네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때만 해도 그저 심한 감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상태가 악화돼 큰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야 유행성 독감 판정을 받았다. 장인은 중환자실에서 기관 삽관.. 2018. 2. 28.
중식당의 대약진 중국에서 대기 줄이 가장 긴 식당 중 하나가 쥐치(局氣)다. 베이징에만 17개 분점이 있는데 입구마다 대기자용 의자가 수십개씩 놓여 있다. 한두 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사람이 너무 많아 두세 번씩 허탕 쳤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 식당은 옛 베이징거리를 재현한 인테리어와 전통 복장을 입은 종업원 등 복고풍 콘셉트를 내세웠다. 솔직히 음식이 대단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손님을 당기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인기 메뉴인 흑미 볶음밥은 연탄 모양으로 그릇에 담겨 서빙된다. 중국 전통 의상인 탕좡을 입은 종업원은 연탄 모양의 볶음밥에 식용 알코올을 뿌려 불쇼를 펼친다. ‘인증 샷’을 찍을지 여부까지 체크해 쇼 구성을 달리한다. 불쇼가 포함된 이 볶음밥의 가격은 5000원 정도다. 탕청샤오추(.. 2018. 1. 17.
동거의 성공 조건 요즘 중국에서는 항저우에 사는 60대 부부의 ‘동거’가 뜨거운 화제다. 교사였던 왕 여사와 공장 책임자로 일하던 남편은 은퇴 후 3층짜리 전원주택에서 생활해왔다. 마당에는 연못이 있고, 채소를 심을 텃밭도 있다. 여유로운 삶이지만 이들 부부는 자주 외로웠다고 한다. 자녀들이 직장일로 바빠 자주 찾아오질 않으니 큰 집은 썰렁하게만 느껴졌다. 왕 여사 부부는 지난 7월부터 처지가 비슷한 5쌍의 노년 부부와 할머니 등 13인의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최연소 막내가 62세, 최고령이 77세인 이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재미있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특별한 동거가 보도된 후 ‘가장 이상적인 노년 생활’로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에서 ‘바오퇀(抱團) 양로’라고 부르는 노인 공동거주 형태.. 2017.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