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한·중관계’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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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신형 한·중관계’ 세우기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6. 10.

여행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추억 만들기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여행이라도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인생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지난해 2월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아이오와주의 한 작은 시골마을을 찾았다. 27년 전인 1985년 허베이성 시골마을 대표단을 이끌고 갔을 때의 따뜻한 환대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좋은 추억이 없었다면 다신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30일 중국을 국빈방문한다. 2005년 저장(浙江)성 당서기였던 시진핑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따뜻하게 맞이했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낙관하는 이유다. 이번 방중에 크게 세 가지 기대가 있다. 


첫째, 신뢰 구축. 유명한 고사성어로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있다. 제나라 환공을 도와 춘추시대 천하를 제패한 명재상 관중과 관중을 환공에게 추천한 포숙아의 우정을 말한다. 두 사람은 일이 안 풀려도 때가 아니라며 믿어주었다. 관중은 자신을 알아준 이는 부모가 아닌 포숙아라 했다. 한마디로 신뢰로 뭉친 관계였다. 박 대통령은 신뢰, 시 주석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인생의 가치로 삼고 있다. 서로의 진심을 느끼는 관포지교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신형 한·중관계(新型 韓·中關係) 수립. 지난 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을 설득하고 수립하고자 한 것은 신형 대국관계(新型 大國關係)였다. 중국이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으로 여타 강대국들과도 이러한 신형 대국관계를 수립할 것이다. 또 향후 주변국들과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할 것인데, 이번 방중 때 새로운 한·중관계를 수립한다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다. 향후 5년 신뢰가 심화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길 기대한다. 


셋째,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에 대한 공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및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 기조인 신뢰 프로세스의 지지를 구하고, 중국의 진솔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협력과 평화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구상과 방안을 논의하길 기대한다.


이러한 목적이 잘 드러나는 것이 대통령의 동선이다. 방중 기간 베이징 이외 지방 한 곳을 더 방문할 것으로 전해진다. 시안(西安)은 중국의 3000년 역사의 자부심이며 중국의 꿈(中國夢)을 상징하는 곳이다.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 전 부총리의 묘역도 있다. 산둥성에는 우리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고 공자의 고향으로 인문교류 명분에도 부합한다. 신뢰의 상징 포숙아의 묘역도 있다. 동북삼성 지역은 우리의 확고한 대북정책 입장을 강조할 수 있다. 만약 두 지도자의 인간적 유대감을 우선한다면 시안이 좋다.


시진핑 총서기의 친서받는 박 당선자 (경향DB)


성공적인 회담을 위한 몇 가지 의견을 덧붙인다. 일정과 내용의 수위를 담백하고 중립적으로 가져갔으면 한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절제의 미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오버하지 않은 모습이 중국에 긍정적 인상을 주었다. 마찬가지로 한·중 정상회담을 미국이 지켜보는 만큼 환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용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또 중국이 한국과 인문공동체 선언을 원하지만 이는 인문동맹 내지 가치동맹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원하는 인문연대는 좀 약할 수 있다. 양국 동반자관계는 이미 연대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 정도인 인문협력에서 합의하면 어떨까 한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 이번 방문은 큰 틀의 방향 합의 및 공감대 형성을 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의 ‘우정의 여행(管鮑之旅)’, 신뢰와 협력의 여행(信任與合作之旅)’이 한반도의 불행한 역사를 행복한 역사로 만드는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황재호 |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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