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테러와의 전쟁’ 해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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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 ‘테러와의 전쟁’ 해답 아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1. 22.

2001년 9·11 테러 이후 14년 만에 국제사회가 다시 테러와의 전쟁에 나섰다. 대상은 기존의 알카에다를 포함해 최근 급부상한 수니파 이슬람주의 테러세력 이슬람국가(IS)다. 과거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보다 더 많은 국가들이 적극적이다.

11월13일 파리 테러를 당한 프랑스, 10월31일 이집트에서 자국 민항기가 공중 폭파된 러시아, 11월18일 IS에 의해 자국 인질이 살해되고 20일 북아프리카 말리 수도 바마코 호텔 인질사건으로 다시 자국인 3명이 희생된 중국까지 동참할 기세다. 그동안 해외 군사작전에는 참여하지 않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테러세력을 결연히 타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라크에서 IS 격퇴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도 시리아 공습을 추진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도 도출됐다. 안보리는 20일 IS 격퇴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역량이 있는 회원국들에는 IS에 장악된 시리아·이라크의 지역에서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군사행동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의문 채택을 시작으로 국제사회가 ‘실질적으로’ IS와의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제 중국만 나서게 되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모두가 IS 격퇴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전쟁이 아닌 ‘비국가행위자’ IS를 상대로 상임이사국 전체가 나서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IS 등 테러세력의 무차별 공격은 지구적 위협이 된 것이다.




극악무도한 테러를 감행하는 세력에 대한 군사적 조치는 필수적이다. 일단 테러세력의 거점을 타격해 추가 만행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군사적 조치만으로 테러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IS는 단순한 무장단체가 아니라 반군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대안 국가의 조직과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군 주도 전쟁과 점령에 대한 불만, 사담 후세인에 이어 등장한 시아파의 권력 및 기득권 독점에 대한 반발로 이라크에서 생겨난 세력이다.

IS는 또 시아파 계통의 아사드 가문에 50년 이상 억압당해온 인구 80% 수니파의 불만을 이용해 시리아 동부를 장악했다. 5만명 전후의 적은 대원 수로 IS가 한반도보다 넓은 지역을 빠르고 쉽게 장악·점령하고 있는 이유는 적지 않은 수니파 주민들의 지지 덕분이다. 지도부를 제거한다고 해도 그 세력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더불어 2001년 시작돼 15년째로 접어든 테러와의 전쟁은 현재까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테러 희생자 수는 급증 추세다. 호주 경제평화연구소가 17일 발표한 세계 테러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테러 희생자 수는 3만3658명에 달했다. 2013년에 비해 80% 증가했다. 15년 전보다는 10배나 늘었다.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등지에서 무인공격기를 통한 폭격이 이어졌지만 오히려 테러세력은 더 확대되고 있다. 민간인의 피해로 인해 미국 등 서방에 대한 반감만 고조되어 왔다.

따라서 IS 격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군사작전과 더불어 정치, 외교, 인도적 지원 등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연방제 국가인 이라크 내에 수니파 자치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는 있는데, 수니파는 어떠한 정치적 대표기구가 없다.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도 필수적이다. 특히 아사드 정권의 운명을 놓고 다른 속내를 가진 미국과 러시아가 머리를 맞대 외교적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분쟁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극단적 빈곤과 차별에 처한 이들이 IS 등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IS에 감행한 공습은 8300회 이상이었다. 하지만 IS의 테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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