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시각각]트럼프 ‘승리 신호’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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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글로벌 시시각각]트럼프 ‘승리 신호’ 차고 넘쳤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1. 11.

미국 정치 평론가들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놀라고 있지만, 그가 선거인단 수에서 이길 위치에 있었다는 시그널들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우선 이번 대선은 버락 오바마 집권 8년이 끝나는 시점에서의 선거였다. 대통령 8년차인 해는 늘 집권세력 심판의 해로 여겨진다. 한 정당이 오래 백악관을 차지하고 난 뒤에는 민심이 야당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미국 정치의 정상적 주기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공화당이 누구든 후보로 지명하면 쉽게 대선에서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흠결 있는 후보가 나섰다고 해서 이러한 선거 주기의 패턴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틀렸다.

 

트럼프가 신뢰도 기준을 충족시키고, 민주당에서 흠 있는 후보가 나온다면 그러한 선거 주기에 들어맞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출구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그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 여러 전문가들도 그 점을 예상했다.

 

 

둘째, 민주당은 중서부 지역에서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성향인 주들) 방화벽’을 깨려는 트럼프의 전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클린턴은 위스콘신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또 자기네 주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미시간 지지자들의 요청을 무시했다. 트럼프가 새로운 경제 시스템 안에서 생계수단이 급격히 줄어든 제조업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는 것은 자명해 보였다. 이들 노동계급, 노조원은 한때 민주당의 믿음직한 지지자들이었다. 이들은 민주당이 자신들 편이라고 믿었고, 공화당은 거대 기업들 편이라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노동계급과 소외된 유권자들이 겪고 있는 곤경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말하면서 선거 지형을 바꿔놓았다.

 

셋째,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제이지나 브루스 스프링스틴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정치 집회를 하는 것은 소외된 노동계급에 호소하는 데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 노동자들은 스타들에게 관심이 없다. 이 모습은 민주당이 엘리트주의적이며 평범한 미국인들과 괴리돼 있음을 보여준다. 버니 샌더스는 노동계급 유권자들과 통했지만 클린턴은 그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넷째,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백인 표만 얻어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틀렸다. 이런 식의 가정은 2008년과 2012년 대선 때의 투표율 모델에 기초하고 있으나, 이 두 차례 선거는 흑인 대선후보가 나온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물론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소수계에 비해 미국 전체 인구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가 출마한 대선을 제외하면 소수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백인들의 투표율을 한 번도 앞지르지 못했다. 또한 이 가정은 백인 투표율이 일정하다는 것을 전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고학력 백인 유권자들보다는 대체로 투표율이 낮았던 저학력, 노동계급 백인 유권자들에게 강력히 호소함으로써 선거 지형을 재편했다.

 

클린턴은 전국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약간 앞섰다. 이런 사실은 ‘전국 득표에서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패한 5번째 후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이는 민주당의 입장에서 향후 선거인단과 관련해 안고 있는 잠재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민주당 표는 해안의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인구학적 특성이 지속되는 한 공화당은 선거인단 경쟁에서 늘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더 적은 주들이 전국 인구 대비 비율보다 더 많은 선거인단을 갖고 있는 한 말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이길지 모른다는 신호들은 차고 넘쳤다.

 

마크 로젤 | 미국 조지메이슨대 정책정부대학 학장·미 대선보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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