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 평화를 트럼프에게 맡길 수 없다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사설]한반도 평화를 트럼프에게 맡길 수 없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1. 10.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반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기존 한·미동맹과 대북정책 기조를 흔드는 발언을 거듭해왔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단순한 궤도 수정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질서를 뿌리째 흔들 만큼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정작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구상을 밝힌 적이 없다. 그의 한반도 관련 언급들도 확정된 정책으로 간주하기에는 단편적이고 논리적으로 허술하다. 대외정책 방향이나 외교 역량을 가늠할 만한 자료나 근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해방 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고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대면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가 표방하는 대외정책 기조는 미국이익 우선주의다. 그는 한·미동맹도 이 원칙에 따라 재조정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문제라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한반도 안보질서는 물론 지구적 핵확산방지체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발상이다. 핵확산방지체제를 미국이 주도해온 것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기도 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10일 (출처: 경향신문DB)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며 기존 정책과 다르지 않은 주장을 했지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과거엔 북한 원자로 정밀 타격을 주장한 적도 있다. 극단을 오가는 그의 대북 발언으로는 그 방향과 내용을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선거 승리를 위해 도 넘는 발언을 했을 뿐 실제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는 합리적인 정책을 채택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도 당선 직후 “미국을 우선하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유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모순적인 언급을 한 것을 고려하면 이 발언 역시 믿을 만한지 두고 봐야 한다.

 

한국은 이 예측 불가능성이란 새로운 도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의 등장은 한반도 안보를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시키고 미·중 갈등의 하위 변수로 전락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을 바로잡을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안을 마련, 주변국을 설득하는 주도적 역할은 바로 한국이 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마비 상태지만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회복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침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에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에게 한반도 평화를 맡길 수는 없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