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성에 있는 한국민 재산, 어떻게 보호할까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개성에 있는 한국민 재산, 어떻게 보호할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2. 12.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개성공단 기업 재산 동결은 법치주의 위반이다. 공단 중단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행정적 행위’라는 통일부 장관의 변명은 2010년 5·24 조치 때에나 통했던 얘기다. 공단 전면 중단은 추가 사업 승인을 불허한 5·24 조치와 질적으로 다르다. 법치주의 한국에서는 그 어떤 국가 행위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법적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한국민을 즉각 추방해 재산을 반출할 수 없게 한 것은 남북체류합의서 위반이다.

게다가 북한이 한국민의 재산을 동결한 것은 남북투자보장합의서 위반이다. 북한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은 북한이 자신의 법인 개성공업지구법에 의해 투자를 승인해준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보장합의서에 정한 대로 북한은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그와 같은 효과를 가지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야 한다.

남과 북의 행위는 모두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 점 때문에 남과 북은 다시 접촉해야 하고 접촉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개성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이 얼마인지 정부는 밝히지 않는다. 개성공단에 124개 기업이 있었고 총 투자액은 약 8조~9조원이다. 토지 이용권, 공장 건물, 기계, 원료, 재고품 등 막대한 재산이 개성에 있다. 그러나 이 재산은 법적으로 최종 해결된 상태가 아니다. 그 해결을 위한 접촉과 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민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여전히 가지고 있으나, 북한은 북한 근로자들이 입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이 개성에 있는 한국민 소유 재산을 ‘동결’한 것은 ‘몰수’와 다르다. 동결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가압류’ 또는 ‘압류’와 같은 것이다. 재산의 소유권은 유지된다. 그러나 몰수의 경우는 재산의 소유권을 박탈한다. 북한의 2009년 민사소송법을 보면 판결의 집행문을 받은 날로부터 한 달 안으로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계좌를 ‘동결’시킬 수 있다고 했다. ‘몰수’한다고 하지 않은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네번째)이 14일 서울 태평로 뉴국제호텔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민관합동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_서성일


결국 북한이 개성에 있는 한국 기업의 재산을 ‘동결’한 것은 아직은 한국 기업의 재산 소유권을 인정한 것이다. 북한의 동결 조치에는 장차 북한이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해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제기가 예정돼 있다. 이어 북한은 개성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에서 북한의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주장할 것이다.

개성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재산 소유권자인 한국 기업이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은 남북투자보장합의서에 따라 북한을 피고로 추방과 재산 동결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하는 것이다. 남북상사분쟁 해결절차 합의서는 한국 기업의 경우 한국 측 중재위원회 위원장인 법무부 통일법무과장에게 중재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절차는 현재 실효성이 없다. 북한은 중재판정부 구성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개성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에 대한 보호는 한국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한국 정부의 역할이 있다. 한국은 국제법상 인정되는 ‘외교적 보호권’에 근거하든지, 아니면 남북투자보장합의서에 근거하든지 북한에 한국민의 재산 보호를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접촉이 불가피하다.

남과 북의 접촉 과정에서 북한은 한국이 먼저 전면 중단 조치를 했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한국은 명확한 근거 없이,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한 임금을 중단 이유로 삼았다. 그러면서 임금의 현물 지급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도 않고 바로 전면 중단 조치를 했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개성에 있는 한국 기업의 재산은 한국 정부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자신이 주장하는 한국 정부의 책임과 한국 기업의 재산을 구별해야 한다. 한국 기업은 한국 정부의 지시에 의해 경영을 중단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해고에 따른 북한 근로자의 임금 손실 등의 피해를 오로지 한국 기업에만 요구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국가에 있다. 정부는 개성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 보호를 위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송기호 |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변호사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