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북·미, 일체의 군사훈련을 중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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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남·북·미, 일체의 군사훈련을 중단하자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1. 23.

돌이켜보면,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 조치를 시사하면서 고장 난 평화의 시계가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한반도는 평화의 봄을 만끽했다. 그러나 작년 북·미 정상의 하노이회담 노딜 이후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다.


북한은 한·미가 합의를 어기고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사일 시험을 시작했고, 연말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연속적으로 엔진 개량 시험도 진행했다. 작년 12월30일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장기전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11월3일 미국 대선 결과를 살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제재에는 버티고, 핵·미사일 능력은 계속 강화하면서 이를 더 큰 협상카드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만일 북한이 성능이 향상된 ICBM이나 인공위성 등을 발사할 경우, 한반도는 다시 2017년의 위기의 어두운 터널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앞으로 1~2개월 동안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북·미 실무회담, 미·중을 포함한 유관국 모두의 절대 협력이 필요하다.  


북·미 대화가 샅바싸움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 엔진을 가동하기 위한 남북한의 소통과 협력도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우리 정부는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북·미 대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현재의 답답한 국면을 ‘정면돌파’하고, 잠시 멈춰 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어야 한다. 북·미 협상의 순항도 중요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관계가 기본이다. 제재에 발목 잡힌 평화만을 서로 탓할 일은 아니다. 한반도 문제는 미·중 패권 다툼과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변화라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환경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에 더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를 위해, 도쿄와 베이징 등 이웃 도시들에서 열리는 평화 대제전의 성공을 위해, 한반도 주변에서 모든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주 미국 외교협회(CFR)에서의 제안은 의미가 크다.


남북관계와 함께 한반도에서 평화를 지키는 힘은 무엇보다 시민의 평화 의지를 모으고, 평화 협력의 공간을 더욱 넓혀 나가는 일이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부터 평화를 향한 일관되고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다. 한국전쟁 발발 70년,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2020년, 시민 모두가 일상에서 평화를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각자의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한다. 


다시, 평화의 봄을 기대한다.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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