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됐다. 그날 이란 수도 테헤란은 조용했다. 핵합의가 이루어진 지난해 7월14일 온 시내가 환호성과 경적 소리로 뒤덮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핵합의 직후 외국 각료와 정상이 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테헤란을 방문했고, 호텔마다 기업인들이 넘쳐났다.
많은 기업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이란이 석유가스 자원은 물론 교역과 투자 측면에서 대단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대규모 건설 수요가 풍부하다. 이란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10년간 약 1조달러가 투자되어야 한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 1인당 소득 1만7000달러인 큰 시장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로서 경제활동인구 중 13.3%가 대학교육을 받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이 발전돼 있고 중앙아시아나 중동, 러시아 등지로 진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지에 있으면서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유망한 시장이 우리에게 열리고 있다. 정부는 제재 기간에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예외를 받아냈으며, 이 원유 수입 대금을 원화로 국내 통장에 예치하고, 우리 기업이 이란에 수출한 물품대금을 이 통장에서 인출하는 방식으로 교역을 유지해왔다. 일부 건설사는 제재 기간 중에도 이란에 지사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계속해왔다. 양국은 국회의장 등 고위 인사교류를 간헐적으로 지속해왔으며, 핵합의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외교부 장관으로서는 14년 만에 이란을 방문해 우리 정상의 방문에 대해 협의하는 등 양국 관계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이란 교역 ·투자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하여 현판식 제막을 하고 있다._경향DB
이제 정부는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교류를 강화하고 각종 정부간 협의체를 복원·신설하는 한편 부처별 협력 사업을 다양하게 시행할 것이다. 또 우리 기업의 이란 진출 및 수주 지원 활동을 전개하면서 문화·인적 교류를 통해 국민 간의 상호 이해를 높이는 데 노력할 것이다. 다시 열린 이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란이 원하는 것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 건설업의 경우 자본이 부족한 이란 정부가 재원을 조달해오는 회사에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나 결국 해당 기업이 사업을 수익성 있게 구성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조업체는 이란 내 공장 건설, 이란 부품 사용 등 생산 과정에 이란 기업을 참여시키라는 주문을 받을 것이다. 이란을 단순한 판매시장으로 보지 말고 생산 기반 조성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자는 것이다.
이란 시장이 온통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이란은 국가경쟁력 지수, 기업활동여건 지수에서 여전히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조세, 노동, 회계 법규의 내용과 적용이 불투명하거나 일관성이 없고, 행정과 금융제도가 국제 수준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많다. 이란 내 기업 활동 관련 법규와 관행에 대해서도 숙지해야 한다.
제재 후 예측하기 어려운 환율 변동도 우려된다. 동결이 해제되는 해외 자산(1000억달러로 추산) 중 즉시 유입 가능액(300억달러 추산)이 실제 반입될 경우 달러 환율이 낮아질 수 있으나 달러 비축 수요로 인해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는 반론이 있다. 이번에 해제된 제재는 핵개발 의혹에 관한 것이다. 인권과 미사일 개발 관련 제재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나 그 범위가 좁고 특별해 우리 기업이 직접 관계될 가능성이 적기는 하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란 측과 협의해 발표한 이란과의 거래 지침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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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의 성공은 한국·이란 간의 관계 전반을 강화시켜 줄 외교적 자산이 될 것이다. 현지 대사관도 기업인들과 함께 뛰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홈페이지(irn.mofa.go.kr)에 수시로 게재하고 있으며, 출장 기업인이 불편없이 사무를 볼 수 있도록 대사관 내에 사무 및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김승호 | 주 이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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