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 제재 해제가 미칠 경제 악영향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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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이란 제재 해제가 미칠 경제 악영향도 고려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 18.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한국 경제의 특수를 기대하는 희망가가 커지고 있다. 내수·수출 부진으로 사방이 막힌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부정적 변수도 있다. 수출 환경은 과거 중동 특수를 누렸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란의 증산으로 야기될 수 있는 유가의 추가 하락은 더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무턱대고 환호할 상황만은 아니다. 이란은 인구 8048만명, 국내총생산 4000억달러,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량이 각각 1위, 4위인 자원부국으로 소련이 해체된 뒤 세계 교역질서에 재합류하는 최대 경제국이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어제 “사슬에서 풀려났다. 이제는 건설하고, 성장할 때이다. 성장률을 8%로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5년간 외자 300억~500억달러를 유치하겠다”는 말로 ‘국제무대의 컴백’을 과시했다.


이란 경제현황,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_경향DB


한국 정부는 “사회간접자본, 건설, 조선 등 플랜트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내에 이란 수출이 과거 최대치였던 62억달러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란이 경제 재건을 위해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면 한국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란 정부가 제재 해제 일성으로 프랑스 에어버스 여객기 114대 구입의사를 밝힌 것은 에어버스가 오랫동안 공들인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이 외에도 석유업체 토탈, 자동차업체 르노 등이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해 접촉을 늘려왔다.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도 이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옛 인연만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기업들 입장에서는 하나같이 버거운 상대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들도 들여다봐야 한다. 이란 금융권은 여전히 부채가 많고, 법률시스템도 덜 선진적이다.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시스템, 이란이 핵합의를 어길 경우 제재 해제가 원위치되는 조항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제재 해제 하루 만인 어제 다시 탄도미사일 관련 이란 기업을 추가 제재할 정도다.

이란의 증산에 따른 추가 유가하락은 역오일쇼크로 한국 경제를 더 멍들게 할 수 있다.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은 저유가와 중국경제 경착륙 우려 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지금은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이란 진출에 대한 면밀한 전략은 물론이고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세계 경제는 생각보다 훨씬 난폭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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