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드 문제,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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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사드 문제,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23.

현재 한국 정부는 ‘사드(THAAD) 문제’와 관련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쉽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 비록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차 방한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한국 정부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고자 하는 것일 뿐, 사드 문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바라본, 사드 배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담론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본질’이 혼돈되고 있거나 간과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우려된다.

지난 16일과 18일, 필자는 중국 상하이에서 상하이사회과학원 당 서기 일행 및 중국 공산당 관련 당국자들과 각각 만나 사드 관련 논의를 전개했다. 19일에는 미국인 학자와도 만나 의견을 나눴다. 그런데 각각 자국 입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 “사드 배치 요구”를 역설하던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고려해야 할 본질적 사안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요구는 결국 중국에 대한 대처라는, 마찬가지로 중국의 반대 또한 결국 미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미·중 양국의 본질적인 국익을 위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드를 둘러싼 우리의 본질적인 국익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의 ‘선택’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선택되지 않은’ 나라와의 불화가 가장 우려되는 핵심 사안일까?

우리는 사드를 둘러싼 본질적인 사안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논의의 편의상 사드를 우리 땅에 배치했을 경우를 상정해보자. 중국은 우리의 행보에 대해 “결국 한국 또한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미·일동맹 강화 쪽에 한 걸음 더 들어간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미·일이라는 새로운 3각 대립체제에 맞서기 위해 계륵과도 같은 존재인 북한을 포함한 중국·러시아·북한 간의 또 다른 3각 대응체제 구축에 돌입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은 20세기 냉전과 같은 극단의 대립과 긴장 국면으로 회귀할 우려가 적지 않게 된다.

먼저 남북관계는 한층 더 악화될 것이다. 현 정부의 ‘통일 대박론’ 등은 그 실현이 더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한·중관계 또한 심각하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 경제의 최대 효자손과 같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 또한 상당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새로이 형성된 냉전체제로 인해 우리 정부의 국가운영 전략 또한 적잖이 타격받게 될 것이다. 격랑 속으로 빠져들 동북아 정세에 대한 대처 및 이에 따른 군비증강 등과 같은 국방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으로 인해 심적·물적 부담이 실로 적지 않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간단한 고려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문제의 본질은 우리와 미·중이 크게 다르다. 그들에게는 동북아라는 한 지역에 있어서의 패권경쟁을 위한 상호공방전의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21세기 생존을 위협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운동,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 서울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내 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_ 연합뉴스


정부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사드 게임’에 지금보다 훨씬 더한 긴장감과 절체절명의 위기감으로 새롭게 다가가야 한다. 문제의 본질조차 제대로 꿰뚫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그에 대한 최적의 해결책을 도출해낼 수 있겠는가. 내치의 실수는 다음 선거에서 낙선으로 귀결될 수 있지만, 외교의 실패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직결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미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과 같은 역사의 교훈이 적지 않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수근 |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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