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정치부 기자
“구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2월13일,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토론회)
“러시아도 핵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어떻게 되었느냐.”(3월19일, 7대 종단지도자 초청 오찬)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토론회
(경향신문DB)
박근혜 대통령이 또 옛 소련의 국제적 권리와 국제법상 관계를 계승한 러시아를 북한이 밟아서는 안될 실패 사례로 언급했다. 북한 핵무기가 체제 유지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실 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가 특정 국가의 어두운 역사를 잇달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이해해줄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한반도 주변 4개 국가의 외교적 비중에 대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순으로 순위를 매겨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북한 핵문제를 푸는 데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외교 현장에서는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깨진 유리 그릇 만지듯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외교장관의 러시아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 같은 노력은 만사휴의가 될 수도 있다.
외교는 요란한 레토릭보다 은연중에 드러나는 시그널로 만들어지는 섬세한 게임이다. 앞으로 대통령과 외교장관이 러시아의 카운터파트를 만나 “양국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한들 그 메시지가 100%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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