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 2명이 어제 프랑스 북부의 한적한 도시에서 성당에 침입, 신부를 살해하고 신도 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19세 청년 등 범인 2명은 현장에서 사살되었다. 테러리스트들은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미사 중인 신부와 수녀, 신도 등 5명을 위협하다가 인질로 잡았던 신부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지난해 130명이 숨진 파리 동시다발 테러와 지난 14일 84명이 참변을 당한 니스 트럭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프랑스에서 끔찍한 테러가 벌어져 프랑스인들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이번 테러는 IS가 테러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IS는 서구의 공공장소나 관광지 등지에서 민간인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소프트 테러를 주로 자행해왔는데 이번에는 종교시설을 공격했다. 테러전문가들은 IS가 서방세계를 자극해 ‘종교 전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럽의 정신적 지주인 기독교 시설과 종교인을 공격함으로써 IS와 유럽 국가의 대결이 아니라 이슬람 대 기독교의 종교 전쟁으로 불을 붙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민자를 꺼리는 유럽의 극우파를 자극함으로써 전 유럽에 걸쳐 혼란과 충돌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 온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IS의 테러로 보수파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IS의 테러는 이미 유럽에서 아시아로까지 지역이 확대됐다. 그런데 이번에 테러를 저지른 곳은 대도시·관광지가 아니라 평범한 소도시였고, 그것도 종교시설이었다. 이제 이 지구상에서 IS의 무차별 공격에 예외 지역은 없는 셈이다. IS에 의해 다음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영국에서는 경찰이 전국 4만7000여개 교회에 서둘러 주의를 당부하는 등 전 세계 종교시설이 테러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과 다른 종교인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행위를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방법은 없다.
이번 테러의 범인들은 프랑스 대테러 당국에서 관리해온 인물로 1명은 지난해 IS에 가담하려고 시리아를 가려다 체포된 뒤 수감된 전력이 있다고 한다. 전자팔찌를 채웠는데도 그 틈을 비집고 테러를 감행했다. 각국은 테러 세력에 대한 더욱 철저한 감시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종교의 가면을 쓴 광기집단 IS에 대항하기 위한 전 세계의 공동 노력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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