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클린턴과 브레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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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클린턴과 브레즐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8. 1.

마침내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러나 한숨 놓아야 할 클린턴의 똥줄이 타고 있다. 왜냐하면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 샌더스를 넘으니 트럼프가 있고, 여간 만만치가 않다. 그러니 클린턴을 밀고 있는 금권세력도 똥줄이 타기는 매한가지다. 보험용으로 밀었던 잠룡들이 죄다 나가떨어지고 그나마 남은 것이 클린턴이니 그녀를 지키려고 금권세력이 얼마나 노심초사하겠는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한 뒤 무대에 깜짝 등장한 클린턴과 포옹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_ UPI연합뉴스

 

그러니 금권세력은 최후의 보루인 클린턴을 지키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다. 압권은 e메일 스캔들의 압살이다. 금권세력은 여태까지는 외견상으로나마 비록 악법을 만들어서라도 법대로 한다는 인상을 보여주려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얼마나 급했던지 아예 현행법 자체를 완전히 깔아뭉개면서까지 클린턴 살리기에 골몰했다.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은 실정법 위반이고 법의 철퇴가 가해져야 마땅한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후보는 샌더스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좌시할 리 없는 금권세력은 결국 클린턴에게 면죄부를 안겨주었다. 7월 초 FBI 코미 국장은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 수사를 종결하면서 국무장관 재직 시절 1급 비밀정보를 다룬 110건의 개인 e메일 사용이 고의적인 위법 의도가 없다며 법무부에 불기소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클린턴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클린턴에게 면죄부가 떨어진 후 워싱턴포스트는 그와 동일한 사안으로 강제전역된 브레즐러 해병대 예비역 소령을 소개하며 법의 형평성을 따져물었다.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던 브레즐러는 화급을 다투는 첩보를 접하고 개인 e메일을 통해 동료들의 경계를 주문했다. 실제로 17일 후 그 첩보대로 습격이 있었고, 3명의 동료가 죽고 부상자가 생겼다. 그는 이 사실을 즉각 상부에 보고했다. 물론 개인 e메일을 통해 동료들에게 첩보를 고지했음도 보고했다. 그러나 그는 기밀사항을 개인 e메일을 통해 전달했다는 이유로 군복을 벗어야 했다. 그의 경력에 완전히 빨간줄이 그어진 것이다. 현재 그는 뉴욕시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비록 규정을 어겼지만 전장에서 잠재적 위협을 동료에게 알림으로써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뉴욕주 의원 킹이 당시 사령관에게 그의 강제전역을 만류하는 편지까지 썼지만 결국 허사였다.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이 터진 후 브레즐러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클린턴같이 자신을 취급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단 한 건의 개인 e메일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것도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는데 말이다. 그러나 클린턴의 e메일은 밝혀진 것만 해도 수천건, 삭제한 메일은 33000건이다. 보안메일을 안 쓴 이유는 귀찮아서였다. 그러나 클린턴은 낙마는커녕 대선 후보다. 브레즐러의 변호사는 동일 사안에 대한 다른 처리는 언어도단(egregious)”이라며 법의 정의가 사라졌음을 개탄한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사건은 의회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건(cause celebre)’이나 여태껏 의회나 언론이 쉬쉬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이 걸리기 때문이다. 모두 금권세력의 비호의 일환이다.

 

구역질나는 게 한 가지 더 남았다. 법무부 장관의 마지막 판단 직전에 클린턴의 남편인 전 대통령은 피닉스 비행장에서 극비리에 법무부 장관과 조우했다. 30분간의 비밀 회동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참고로, 워싱턴포스트는 그 회동 기사에 모든 국민이 사시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리고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세상. 법의 정의는 가진 자들과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무참히 학살되고 있다. 미국은 금권세력에 의해, 한국은 정경유착과 타락한 검찰에 의해. 신문을 확 덮어 버리고 싶다.

 

김광기 |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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