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브렉시트 이후 유럽 경제의 재편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기고]브렉시트 이후 유럽 경제의 재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8. 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요동쳤던 유럽연합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영국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 정상들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영국 시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영국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단결임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수장들도 영국의 조속한 유럽연합 탈퇴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7월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첫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연 기자회견 도중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다. 베를린 _ AFP연합뉴스

 

탈퇴 결정 이후에도 영국은 유럽연합과 상품 무관세를 관철시키되 통제되지 않은 이민은 거부한다는 이기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새 의장국인 슬로바키아를 비롯한 유럽연합 수뇌부는 탈퇴협상에서 영국이 체리 피킹(Cherry picking·단물 빼먹기)’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위상 추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영국은 런던의 금융 전문성을 다른 곳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과연 유럽연합의 타 회원국들은 런던이 금융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까?

 

우선 유럽연합은 솅겐 협정이후 국경을 가로지르는 도시들 간의 연합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솅겐 협정 이후 국경 개방, 경제의 세계화, 탈규제화로 인해 국경지역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고, 국경 인접 도시들에 거주하는 주민들 간 협력은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경지역 도시들 간의 복합적 상호의존이 심화되고 있다. 영국은 국경도시들 간의 협력에서 섬나라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배제되었다.

 

런던은 서비스 분야 연계성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런던은 은행 및 법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 회계 분야에서 1위이다. 유럽은 많은 도시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프랑크푸르트와 취리히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밀라노와 리스본은 회계, 바르샤바와 아테네는 광고, 프랑크푸르트와 암스테르담은 법률서비스, 취리히와 로마는 경영진단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럽 도시들의 경제적 성공의 주요 열쇠는 이들 도시 간의 연합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에는 30개 이상의 증권거래소가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교류하는 등 연합을 구성해 오고 있다. 유럽의 가장 큰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는 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거래소들 간의 연합체이다. 넥스트는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주식거래소로서 1300개 회사들의 주식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유럽 주식시장의 발전은 런던을 배제한 채 세계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30~40개 도시들 간의 연계를 통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경제 재편이 어떤 식으로 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도시들 간의 연합이 강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지역통합의 공장이라 불리는 국경지역 도시들 간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서 | 중원대 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