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담화를 재검증하겠다고 말해 한국정부로부터 “역사인식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 28일 스가 장관은 검증 조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반발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그런 오불관언의 자세는 그제 사쿠라다 요시타카 교육부 차관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고노담화 수정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진실은 하나”라며 “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사람을 속이거나 사실을 날조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그동안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고노담화를 부정하지 못한 채 수정하고 싶어하는 속내를 간혹 내비치는 것에 그쳤다. 그런데 최근 재검증을 내세워 고노담화의 수정을 위해 한발 한발 다가서더니 이제는 ‘거짓말’ ‘날조’라는 과격하고도 노골적인 용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 정부가 속마음을 솔직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건 수정을 넘어 부정하고 폐기하겠다는 의사표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41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앙코르전’ (출처 :연합뉴스)
고노담화는 한·일관계의 토대이다. 따라서 교육차관의 날조 망언은 양국관계의 뿌리를 흔드는 외교 전쟁 선언이나 다름없다. 마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4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게 마치 국제무대에서 한·일이 외교전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일본 대 국제사회의 대결 구도라는 것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국제사회는 인권 무시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건 아베 신조 총리가 잘 알 것이다. 그는 현재 북·일 간 일본인 납치 문제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납치 문제에 관해 국제사회가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반인권적 정책에는 눈감는 이중성만 드러낼 것이다. 인도주의 문제로서 납치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할수록 반인도주의 행태를 보이는 아베 정부의 모순도 그만큼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 앞에 두려움을 느낄 줄 안다면 이제 그만해야 한다. 양국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물론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생각해서도 고노담화 수정을 포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정부를 지지할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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