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두 가지 접근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북한 인권유린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와 압박이다. 둘째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증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는 대북 경제·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북지원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국가와 유엔이 고위급 정치회담을 개최, 평화협정을 비준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유엔 보고서 발표 때 대북경고는 충분히 부각되었지만 북한과의 대화, 평화협정, 대북지원 역시 중요한 북한인권 해법의 하나라는 사실은 별로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대북압력 못지않게 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엔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북한 문제의 어느 쟁점을 다루더라도 외부세계가 북한이 변화하고 개혁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원칙을 국제적 합의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 재개 조건 논의한 한·미 수석대표(출처: 경향DB)
그런 원칙에서는 북한핵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26일 워싱턴에 열린 북한 문제 토론회에서도 북핵 문제를 다룰 때 미국이 대북 제재를 중심으로 논의하면서 대화와 외교의 방법을 동원하지 못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대화를 오래 중단하는 것은 위험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을 위해 북한과 적극 대화하고 외교적 간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토론자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접근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유연한 자세를 촉구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미, 미·중 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의견교환을 했지만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미국이 대북 압박 조치 외에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전혀 움직이려는 의지가 없는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핵 문제를 외교 현안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이 우선순위에 오르는 길은 한 가지이다.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렇게 해서라도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그건 미국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전략적 무시 입장을 고수한다면 그런 외통수를 피하기 어렵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오바마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외교와 협상은 북핵 문제와 같이 교착 국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더욱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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