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국가(IS)에 의한 연쇄 테러가 발생한 뒤 시리아 등 중동지역의 난민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파리 테러범 중 1명이 난민으로 등록한 후 프랑스로 잠입한 정황이 나와 난민을 가장한 테러리스트의 잠입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진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내년 한 해 1만명의 난민수용 계획을 밝힌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공화당이 결사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등 서유럽 국가에서도 난민 유입을 막으려는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난민을 공격하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난민을 수용하는 것보다 자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난민 행렬에 뒤섞여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될 때까지 난민 수용을 중단하자는 의견도 마냥 무시할 일은 아니다. 어제만 해도 프랑스에서 테러 잔당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가려던 에어프랑스 여객기 2대는 테러 위협을 받아 항로를 바꿔야 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도착한 한 난민 여성이 아기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다 _AP연합뉴스
하지만 테러에 대한 대응과 난민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파리 테러범 중 1명이 난민으로 가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가짜 여권을 가진 테러리스트로 판명나고 있다. 테러를 한 이들은 난민들이 아니다. 난민은 독재정권이 자행하는 테러리즘과 전쟁이 낳은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테러범을 난민으로부터 골라내는 것이 문제이지 테러범을 찾는다는 이유로 난민 전체를 범죄인으로 보는 것은 온당한 처사라고 할 수 없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말대로 난민 수용 거부는 과잉 반응이자 위험을 정치적으로 과장하는 행위이다. 현시점에서 각국이 할 일은 난민들이 적절한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안 검사와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제 난민은 서유럽 국가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가정보원은 어제 한국에도 시리아 난민 200명이 들어와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135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준난민 지위’로 전국에 흩어져 임시 체류 중이며, 나머지는 공항 내 외국인보호소와 인근 난민지원센터에 수용돼 있다. 난민들 중에 테러 조직과 연계되었거나 테러 위험인물을 찾아내기 위해 보안 검색은 정당하고, 또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전쟁과 가난을 피해 도망 나온 난민을 외면하는 것은 인도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테러를 피한다고 인도주의를 버리는 것은 본말을 뒤바꾸는 처사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모두 같은 세계시민이라는 연대감으로 난민들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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