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당국이 22일 유해공동발굴을 위해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는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을 잇는 도로를 개설했다. 도로는 길이가 북측 1.3㎞, 남측 1.7㎞ 등 총 3㎞가량이며, 폭은 최대 12m이다. 2004년 12월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해 동해선 도로를 개통한 적이 있지만, 한반도 정중앙인 철원지역에 남북을 관통하는 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남북은 DMZ에서 각각 GP 10개를 시범적으로 철거하기로 하고, 지난 20일 북한이 먼저 폭파방법으로 작업을 완료했다. 북한의 선제적 GP 철거는 남북군사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남북의 GP 철거와 DMZ 내 전술도로 연결은 남북 간 군사 분야 신뢰구축의 실질적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치른 곳에서 지뢰를 걷어내고 도로를 연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앞서 남북의 군인들은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남북이 군사적 긴장완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남북이 합의대로 연말까지 GP 철거에 대한 상호 검증을 완료하고, 내년 4월부터 유해공동발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남북 간 비무장지대를 통한 왕래는 더욱 활발해진다. 이런 차에 내년 봄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을 축소하겠다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밝혔다. 북한이 꺼리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함으로써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남·북·미의 잇단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탄력이 붙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남북 간 관계 개선은 과거와 달리 경제가 아닌 군사 분야가 선도하고 있다. 이것이 가져오는 남북 간 긴장완화 효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직접적이고 다대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일은 아니다. 군사 분야 외에 철도·도로 연결, 산림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간 합의가 신속히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남북 간 합의 이행이 이벤트성 행사를 넘어 일상화·제도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북 간 관계 진전이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불가역적인 단계로 접어든다. 마침 미국이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철도 연결이 남북 간 경제 분야 협력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제자본의 북한 투자가 성사된다면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위협은 무의미해진다. 북한의 비핵화를 가장 견실하게 담보하는 방안은 결국 북한이 경제개발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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