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트르담 성당 대화재, 역사유적 보존 경종 삼아야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사설]노트르담 성당 대화재, 역사유적 보존 경종 삼아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4. 17.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인류의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저녁(현지시간) 발생한 화재로 성당의 지붕과 첨탑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수백년 역사유적이 한순간에 불길 속에서 주저앉는 모습을 지켜본 파리 시민은 물론 세계가 모두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신속한 화재 진압으로 성당이 전소되는 것을 막고, 가시면류관과 같은 성당 내 귀중 유물을 구해냈다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럽 초기 고딕양식의 대표적 건축물이다. 규모가 웅장하고 사적이 깃들어 있어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이기도 하다. 1163년 착공해 1345년 완공됐지만, 프랑스 대혁명으로 파손되면서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쳤다. 노트르담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으로도 유명하다.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로 일하는 꼽추와 집시 여인의 사랑을 그린 소설은 뮤지컬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에서 아직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노트르담은 역사문화유산이 문학과 대중문화의 콘텐츠로 되살아난 좋은 사례다.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최대 관광명소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 오후(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고 있다. 나무와 납으로 이뤄진 96m 높이의 첨탑은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전소됐다. 파리 _ AFP연합뉴스


노트르담 성당 화재는 지구 건너편에서 발생했지만,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11년 전 숭례문 방화라는 전대미문의 문화재 참사를 겪었다. 노트르담 화재를 보면서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숭례문과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두 화재로 목조 지붕이 소실되는 등 크게 훼손됐다. 숭례문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5년여의 작업 끝에 원형을 찾았지만, 노트르담의 복원은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이른 시일 내에 온전히 재건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15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서 불길에 휩싸인 대성당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파리의 교회들은 조종을 울려 슬픔을 나타냈다. 파리 _ AFP연합뉴스


노트르담 화재사건은 우리 문화재의 보존·관리를 돌아보게 한다. 화재 피해는 숭례문뿐만 아니다. 2005년에는 양양 산불로 낙산사 전각들이 불타고 동종(보물 제497호)이 녹아내렸다. 가깝게는 지난 7일 서울 인왕사 보광전이 화재로 전소됐다. 국내에 목조건축 문화재는 모두 469건이다. 이 가운데에는 종묘와 궁궐, 전통사찰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들어 있다. 화재에 취약한 목조 문화재는 상시적인 소방점검과 현장관리가 필요하다. 문화재는 평소 관리가 잘 이루어지더라도 방심하면 순간 잿더미가 된다. 노트르담 화재를 교훈 삼아 문화재청은 물론 국민 모두 역사유적 보존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