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정상은 또 북한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최근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으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었음에 주목하면서 의미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이 향후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영향력을 가진 중국 최고지도자가 도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함으로써 상당한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정세는 물론 ‘8·25 남북합의’로 모처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남북관계를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문제적 사안이다. 남북합의와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주도적 외교를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려는 한국으로서는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협의는 지난해 10월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진다. 당시 양국 정상은 다양한 방식의 의미있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6자회담 의장국이자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의미있는’ 6자회담 조속 재개를 촉구한 것은 사실상 중국이 건설적 역할 증대를 약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확대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_연합뉴스
물론 이것이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해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적 연대 틀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도록할 만한 수준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양국 정상이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개최 방침과 시기에 의견을 같이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 등으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이번에 긍정 입장으로 돌아섬에 따라 개최 성사를 위한 중대 고비를 넘긴 셈이다. 정부로서는 한·중·일 협력체제의 상징인 이 회의를 복원해 동북아 지역에서 외교적 입지와 영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또한 3국 정상회의는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한·중 정상 간 합의대로 한국에서 열릴 경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한하고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과 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중·일 협력체제 구축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국제관계 틀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최근 남북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평가하고, 남북합의 이행 촉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한 것은 막 시작된 남북관계 개선 작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이 경제분야를 넘어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한 것은 양국관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박 대통령의 중국행은 한국이 미국을 경시하고 중국을 중시하는 신호로 해석하는 미국 일각의 의구심 속에서 이뤄졌다. 중국 전승절 참석을 양국의 항일 연대로 생각하는 일본의 속내도 복잡하다. 한·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 복원과 한·일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높이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완전히 씻어낼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균형외교’를 지속한다면 그런 우려도 충분히 씻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고]유럽연합, 통합된 난민 정책은 가능한가 (0) | 2015.09.04 |
---|---|
[사설]중국, 군사굴기만으로 세계 지도국가 될 수 없다 (0) | 2015.09.03 |
[김종철의 수하한화]‘패도’의 세계에서 ‘왕도’를 생각한다 (0) | 2015.09.02 |
[사설]유럽 난민 사태 해결 위해 국가간 협력이 시급하다 (1) | 2015.09.01 |
[사설]일본 시민들이 깨어나고 있다 (0) | 2015.08.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