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아리 없는 박 대통령의 3·1절 메시지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메아리 없는 박 대통령의 3·1절 메시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1.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3·1절 96주년 기념사에서 북한과 일본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통일 준비는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오해를 불식시킬 만한 설득력 있는 내용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협의를 조속히 갖기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과거 제안의 반복으로 북한을 움직일 만한 것은 아니다. 이산 상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북지원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원 없는 상봉’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드러낸 것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1일 사설에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며 오히려 남측의 실천을 주장했다.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이 이날 발표한 ‘남녘 동포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는 “미국이야말로 남녘 인물들의 모든 불행과 재앙의 근원이며 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게 북·미관계의 현실이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만큼 미국 또한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지도 의문이다.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7일 사설에서 북한의 핵능력 증대를 방치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한 바와 같이 오바마 행정부도 손을 놓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이 어떤 역할이라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새누리당 김무성(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두번째) 대표 앞을 지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 대통령은 “일본이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나가기를 바란다”며 일본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 발언에 자극받을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의회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사과를 분명히 하는 조건으로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추진 중이다. 그래서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는 한·일 양측보다 미국에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관측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그에 관한 주변의 움직임은 올해 3·1절이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아무런 계기도 마련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바꿔야 할 책무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 관점에서 3·1절을 아무런 진전 없이 맞이했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3개월 지나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고, 5개월 지나면 광복 70주년이다. 시간이 없다. 기다린다고 여건이 저절로 나아지지는 않는다. 박 대통령의 창조적 외교가 절실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