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핵을 쌓는 남북한과 한반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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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핵을 쌓는 남북한과 한반도의 미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3.

최근 전해진 두 가지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나는 북핵의 미래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끔찍한’ 분석이다. 또 하나는 남한 핵발전소인 월성 1호기를 수명 연장키로 했다는 뉴스이다. 한반도의 북쪽에는 핵무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남쪽에는 수명을 다한 원전까지 재가동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이 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와 미국 국방대 대량살상무기연구센터는 지난 1년간 연구를 거쳐 ‘북한 핵 미래 프로젝트’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북한이 2020년까지 최소 20개,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간치로는 50개를 내놓았다. 또한 북한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 소형화도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뤄, 중단거리는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핵탄두 장착이 조만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평가는 또 다른 미국 전문가의 분석과 함께 보면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2월26일 의회 청문회에 나선 밴 잭슨 신안보센터 연구원은 북핵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정책은 실패했다며, 그 결과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을 막는다는 미국의 목표도 실패할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북한이 선제공격을 당하고도 여분의 핵무기로 보복을 가할 수 있는 ‘2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 결과 북한은 자신의 핵 억제력이 큰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는 “군사모험주의에 자유롭게 나서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끝으로 북한의 국지도발에 한국이 반격을 가하면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악순환을 형성하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게 잭슨 주장의 요지이다.

살기 위해 핵무기를 만든 북한이 자신의 죽음을 초래할 핵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국제적 고립과 강력한 제재, 그리고 정전체제에 직면해온 북한은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해지면, 그 위력을 믿고는 군사모험주의에 나설 수 있다. 더구나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 이후 남한군의 ‘복수’ 의지도 대단히 강하다. 냉전 시대 불안한 평화를 가능케 했던 미국·소련 간의 전략적 안정이 한반도에서는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핵의 위협은 북쪽으로부터만 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전쟁부터 북한에 핵 위협을 가해온 미국 핵도 빼놓을 수 없는 불안 요소이다. 또한 한국의 브레이크 풀린 ‘원전 질주’도 아마겟돈의 위험을 잉태하고 있다.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는 핵 마피아의 자만심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두기에는 핵이 품고 있는 절멸의 위험과 인간 및 기술의 불완전성은 너무나도 크다.

차일드세이브를 비롯한 엄마들의 모임회원과 어린이들이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월성 1호기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통한 재가동을 반대하며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참가 어린이가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출처 : 경향DB)


올해로 프로메테우스를 자처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자들이 신의 불을 훔친 지 70년을 맞이한다. 핵무기가 전쟁을 영원히 끝낼 것이라는 믿음, 핵 발전이 인류 번영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무너진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핵에 의한 자유가 아니라 핵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할 때이다.

그 길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핵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때는 6자회담이 결렬된 2009년부터였다. 이는 곧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와 협상이 북핵 증강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선 북핵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이다. 때마침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가 등장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

또한 원전 제로도 노후 원전부터 문을 닫으면서 차근차근 이뤄나갈 수 있다. 그 빈자리는 에너지 체계를 합리화하고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된다. 태양광이 조만간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고 이에 따라 세계 에너지 지형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포린어페어’의 최근 심층기획은 주목할 만하다. 탈핵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게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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