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책임한 오바마의 북한 붕괴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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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무책임한 오바마의 북한 붕괴 발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 2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유튜브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를 예측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야만적이고 억압적”인 “독재 체제는 다른 어디에도 복제할 수 없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이런 정권(북한)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로서 “자기 국민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한다”며 북한을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묘사한 북한이 북한의 실상에 가깝다는 데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한국인이 그 사정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국 정상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북한 붕괴를 희망하고 있음을 피력하는 게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한반도 주변국은 북한 문제의 해결책을 놓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이는 당연히 북한에 문제가 많다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이 문제라고 새삼 북한 타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의 마련이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북한 붕괴만을 거론했다. 그건 북한 스스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북한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북한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과연 그는 대북관계 개선 노력을 그만두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방치하기로 작정한 것일까. 남은 임기 동안 다른 외교적 업적을 내세우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남한, 중국, 일본은 다르다. 3국은 북한이 잘못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맡아야 할 당사자들이다. 그러므로 북한과 대화를 해서 북한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협력하고 유인해야 할 운명이다. 그게 비록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라 해도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북한 붕괴를 거론함으로써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심하는 당사국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만 당사국들이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깎아내렸다는 점에서는 당사국들을 무시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북·일 및 북·중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당사국들이 오바마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6자회담도 다시 열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유도해야 한다. ‘오바마의 저주’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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