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은 무슨 근거로 북 ICBM 배치를 주장하나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사설]미국은 무슨 근거로 북 ICBM 배치를 주장하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4. 8.

북미 대륙의 방위를 담당하는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이 지난 7일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할 능력을 갖췄고, 핵무기를 이 미사일의 탄두에 장착할 정도로 소형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이미 핵 미사일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미국과 동아시아의 안보에 비상을 걸 만한 일이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은 미국은 물론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 중거리 노동미사일로 남한과 일본을 언제라도 핵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그가 처음 한 것은 아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세실 헤이니 미군 전략사령관이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 등 5대 군사강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무기를 북한이 과연 독자 개발할 수 있는지 의문인데도 그런 주장을 했다. 지난 25일에는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이 “북한이 ICBM 배치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북한은 군 열병식 때 이동식 ICBM을 공개한 바 있지만 아직 ICBM을 시험 발사하지는 못했다. 실전 배치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설사 실전 배치했다 해도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야 하는데 북한이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물론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건 추정일 뿐이다. 국가방위를 책임진 군 당국은 추정이나 믿음에 의해 안보정책을 세워서는 안된다. 새로운 정보나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실전 배치를 주장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4가 29일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_ 로이터연합


이 때문에 국방예산 감축으로 위기감을 느낀 미 국방당국이 군비 확충을 위해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MD)망에 한국을 편입시키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설사 북 핵미사일 위협이 사실이라 해도 한·미·일 MD 통합은 대안이 아니다. 위험해진 북한을 방치하는 것도 대안이 아니다. 위험을 진정 줄이고 싶다면 대화해야 한다. 남북대화, 북·미대화 없이는 안전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