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대북여행 금지 재검토, 북·미 협상 교착 풀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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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미국의 대북여행 금지 재검토, 북·미 협상 교착 풀 계기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26.

지난 19일 방한한 미국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내년 초 미국의 지원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대북 지원을 더욱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끌고 있는 비건 대표는 “우리는 또 미국민이 지원물품을 전달하고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인에 대한 북한여행 금지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인의 북한여행 금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8월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대북 독자제재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이를 해제할 뜻을 공개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인도적 지원이라는 제한을 두긴 했지만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던 미국이 인적교류 제재의 완화 또는 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타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를 비건 대표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 앞에서 문건을 낭독하는 형태로 밝힌 형식에도 눈길이 간다. 북·미 협상의 교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기 위해 북한에 직접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나온 이번 메시지는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살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북·미 협상을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시사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북한은 지난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은 채 ‘장고’하고 있다. 북한은 그간 비핵화와 관련한 선제조치를 취해왔음에도 미국이 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인 제재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미국이 완화된 입장을 보인 점을 북한도 적극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마침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19일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실현할 길은 북·미 협상 외엔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샅바싸움이 너무 길어져 대화동력이 소진되지 않으려면 북한이 조기에 비건 발언에 대한 화답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북·미 협상 의지를 밝히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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