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한반도 평화와 한·미 ‘양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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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세상읽기]한반도 평화와 한·미 ‘양면게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26.

프러시아의 정치사학자인 오토 힌체는 대외정치와 국내정치구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외정과 내정의 상호결정론을 이야기했다. 퍼트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상호결정론을 양면게임이론(two level game theory)으로 정교화했다. 정부가 대외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내적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외정책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지지를 극대화하고 반대를 극소화하기 위한 대내 협상정치에 들어가야 하며, 동시에 협상상대국 내의 지지기반을 확대하여 교차합의 가능영역(win-set)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냉전 해체의 문을 여는 외교적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대외정책의 성공은 문 대통령에 대한 70%가 넘는 높은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둘러싸고 남·북·미 간에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고 있는 2018년 말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하여 문재인 정부의 대외협상력이 약화되고 있다. 2019년에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약화될 것이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 내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져서 문 대통령의 대미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야당 내 보수 강경파의 대북정책 반대가 거세질 것이고,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요약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의 하락은 북·미 간 협상에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또는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019년 초로 연기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정책의 국내 협상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내정을 소홀히 한 결과로 이탈한 촛불민심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강력한 내정개혁을 해야 한다. 2016년과 2017년에 촛불을 든 민심이 요구한 것은 공정과 정의였다. 연인원 1700만명의 촛불시민들은 혼용무도한 전임 정권이 초래한 양극화사회, 재난사회, 위험사회, 격차와 배제사회에서 벗어나 공정한 분배, 일자리, 안전한 환경, 구입 가능한 주택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생활정치 성적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열망은 실망으로 변하면서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다. 40% 이하의 낮은 지지율은 한반도 평화정책의 추진동력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국내 생활정치에 올인해야 한다. 2019년 비핵화와 남북 평화를 위한 제2라운드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집 나간 지지자들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

 

둘째, 국내 협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수야당과 시민사회 내에 한반도 평화정책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보수야당과 시민단체의 평화정책에 대한 반대는 늘어나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초당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한반도 평화가 이념적 대결장이 된 것은 보수야당과 시민단체의 소외와 배제의식이 한 요인이다. 문재인 정권은 보수야당과 초당적으로 평화정책을 추진하고, ‘영광의 공유’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책의 결실을 같이 나누는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지지기반의 강화와 함께 협상 상대국 내에서도 지지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북한의 강경파를 포용하고 설득하여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교차합의 가능영역을 넓혀야 한다. 미국 내 강경파 세력이 지난 5월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게 했고, 북한 군부 내 강경파의 완강한 반대가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김정은의 결단을 늦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 중재 역할에만 머물지 말고 미국과 북한 내 강경파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윈셋’을 넓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미국 강경보수세력 내에 인맥을 갖고 있는 보수야당과 시민단체, 특히 종교계 인사들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

 

2020년에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대선과 총선이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9년은 당파적 이해관계에 덜 영향을 받으면서 초당적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가 될 것이다. 두 지도자는 2018년에 선택한 한반도 냉전해체가 2019년에 ‘최종적이고 완전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대내외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광주과기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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