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핵화 교착 속 미국의 잇단 국면전환 의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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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비핵화 교착 속 미국의 잇단 국면전환 의지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26.

한·미 양국이 21일 제2차 워킹그룹 회의에서 남북관계 주요 사업들과 관련한 대북 제재 걸림돌을 해소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과 내년 4월부터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남북 공동발굴 사업이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게 됐다.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과 유해발굴 사업은 그 자체로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북으로 반출할 물품과 장비에 대해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걸려 있었다. 이날 회의를 통해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이 가능해졌고, 한국 정부의 800만달러 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기왕의 부정적 기류가 엷어졌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과 이번 워킹그룹 회의를 지켜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태도가 눈에 띄게 유연해지고 있다고 평가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비건 대표는 회의 참석차 지난 19일 방한하자마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미국인 북한 여행 금지’를 해제할 방침을 시사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21일 면담에서 “남측 철도가 북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설렜다”고 한 것도 유화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은 이번 워킹그룹을 통해 적어도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관계 행사가 대북 제재 기조 때문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의 물꼬가 트이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비건 대표는 북·미대화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양자 및 독자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양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신뢰구축을 위한 새로운 후속조치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새해 첫날부터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 것도 미국의 국면전환 의지를 드러낸다. 미 국무부 라인이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당장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미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발언하면서 북핵 문제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스멀거리던 참이었다. 미 조야에서는 북·미 2차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북·미 협상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도 미국의 이번 대북 메시지를 전향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비건이 대북 제재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한 점이 북한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겠지만 이 문제는 협상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풀 방법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해서라도 실무회담을 조속히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가 열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화답 신호를 보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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