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73세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선거전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좌파 성향의 무소속으로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그는 지난주 한 여론조사 결과 경선의 초반 흐름을 가늠하는 아이오와주에서 지지율이 두 달 새 15%에서 33%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의 첫 판세를 좌우할 뉴햄프셔주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10%포인트 차로 뒤쫓고 있다. 후원금도 1500만달러(약 168억원)를 돌파했고, 대중 유세에서는 민주·공화 양당의 유력
후보들을 제쳤다. 양당 체제가 굳어진 미국에서 평생을 무소속으로 활동한 그의 뜻밖의 약진에 독주하던 클린턴 측도 경계하기
시작했다.
2016년 미국 대선의 최고령 후보이자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이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위싱턴 의회의사다 앞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_경향DB
샌더스 후보의 돌풍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의 주장에 유권자들이 공감한 결과다. 그는 “미국에는 혁명이 필요하다”며 소득
불평등 해소와 중산층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월가의 대형 은행들을 해체하고 조세제도를 개혁해 극소수 슈퍼 부자들에게 몰려
있는 부를 재분배하겠다는 게 공약의 핵심이다. 그를 극단주의자로 폄훼하는 견해도 있지만,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병폐를 막지 못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노동의 가치와 노조를 약화시키는 흐름을 되돌리겠다는 그의 공약도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다. 그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극단주의”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재분배와 국영 건강보험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무소속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점과 선거운동의 차별성도 눈길을 끈다. 고민 끝에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그는 “큰손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지원받는 민주당은 노동자와 중산층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기 어렵다”며 소액
후원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샌더스 돌풍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정치 역시 민의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지는데, 보수 정권은 자본의 편에 서 있고 진보파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척하면서도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제3의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기는 어렵다. 현재로선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될지조차 예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보수화하는 민주당은 물론 미 대선 판도 전체에 새로운 의제를 던지고 긴장을
불어넣은 것 자체로 그의 선전은 의미가 작지 않다.
'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바마의 ‘은혜’와 역사성 (0) | 2015.07.12 |
---|---|
[여적]강제노동 (0) | 2015.07.07 |
[기고]한·중 첫 ‘관·민 합동 대화’에 거는 기대 (0) | 2015.07.05 |
[여적]사우디 왕자의 기부 (0) | 2015.07.03 |
[국제칼럼]1448번째 라마단과 IS 1주년 (0) | 2015.06.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