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강제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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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강제노동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7. 7.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을 했다고 해서 강제노동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동 시설을 근대산업시설로 세계유산에 등재한 뒤 내놓은 이상한 논리다. 일본 정부는 스스로 낸 영어 성명의 해당 문구를 바꿀 수는 없었는지 번역과 해석을 통해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강제성을 분명히 명시하지 않은 채 ‘의사에 반해 일하게 된’이라고 단순 피동형으로 표현하면서 “(forced to work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강제로 노역한 것이 강제노동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것이 강제노동일까. 일본 정부는 조선인 노동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관련 협약이 금지하는 강제노동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설명할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ILO가 규정하는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얘기인 듯하다. ILO가 1930년 채택한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은 강제노동을 ‘처벌이나 위협하에서 강요받거나, 임의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모든 노무’로 규정하되 5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의무적인 군복무, 공민으로서 특정 의무, 교도소 내 강제노무, 비상시 강제노무, 소규모 공동체 노무 등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6일 조선인 징용이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까지의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이뤄졌음을 들어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이고 전쟁 중에 징용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법이 금지하는 ‘불법’ 강제노동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인 듯하다.

    한국에서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 협약 _경향DB

    ILO는 열강의 식민지 지배하 강제노동을 배경으로 제정된 제29호 협약을 보완하기 위해 1957년 ‘강제노동 폐지 협약’(제105호)을 따로 채택했다. 여기에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 기준이 적용됐다. 일본은 ILO의 29호 협약은 1932년 비준했으나 105호 협약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강제노동 금지는 차별 금지, 결사자유, 아동노동 금지 등과 더불어 ILO 8개 핵심 협약을 구성하는 4개 분야 가운데 하나다. 사실 노동문제에 관한 한 한국도 그리 잘난 체할 입장은 아니다. 한국은 아직 강제노동 금지 협약과 결사자유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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