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가 최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이 모금한 돈 대부분이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로부터 나왔다고 보도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한 공화당 후보들이 모금한 3억9000만달러의
절반 이상이 130명의 부호와 그들의 기업이 냈다는 것이다. 반노조 성향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모은 2000만달러 중
1350만달러는 단 4명이 낸 돈이었다.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상황이 비슷했다. 미 언론들은 10만달러 이상씩 낸
거부들이 대선 자금 기부자의 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라며 금권정치를 우려했다.
미국에서는 흔히 후보가 정치자금을 얼마나 모으느냐로 당선 가능성을 가늠한다. 돈이 많이 들어오면 유력 주자로 인정받고 그렇지 못한
후보는 약체로 간주돼 선거운동을 접는 게 관행이다. 이 같은 현상은 양당제와 오픈프라이머리 제도가 결합된 미국 특유의 정치
구조에서 파생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과 비당원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유권자가 정당 후보자를 선출하는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있는 제도이다. 국민 참여가 저조하면 조직표가 공천을 좌우하는데,
조직과 자금력에서 앞서고 인지도가 높은 현역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선 의원이 많은 것도 이 제도 때문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TV 등을 통한 광고를 많이 해야 하므로 선거비용도 증가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가 심화하면서
양당제가 고착화돼 정치적 소수자 또는 약자들의 의견이 대변되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이다. 독일·영국 등 유럽국가의 정당과 달리
일선 조직의 활발한 활동을 유인하지 못함으로써 정당으로서 책임성과 정책 능력을 떨어뜨린다.
버니 샌더스_경향DB
민주주의는 한 표가 모여 전체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부자들의 입김이 강한 금권정치와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는
양당제를 기반으로 한 미국 정치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효율적인 제도라고 하기 어렵다. 후보 중 유일하게 거액 후원을 거부하고 있는
진보 성향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제3의 독자 노선을 포기하고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현상은 이
같은 폐해를 웅변한다. 금권정치와 정당의 양극화에 막말 정치까지 미국 정치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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