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중재와 한·일 외교장관 회담, 파국 막는 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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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미국 중재와 한·일 외교장관 회담, 파국 막는 전기 되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8. 1.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일정 기간 분쟁을 멈추는 ‘현상유지 협정’에 합의할 것을 양측에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난 뒤 두 사람을 함께 만나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도록 장려하겠다”고 했다. 폼페이오는 “그들은 모두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우리가 좋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돌파구를 찾도록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일본의 반도체 3대 품목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에 대해 관망 자세를 보이던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인 중재에 나설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태국행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워싱턴 _ AP연합뉴스


미국이 한·일 양국에 추가 행동을 멈추는 신사협정을 제안하면서 외교장관 간 대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이번 갈등이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공히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간 분쟁이 격화될 경우 동아시아 전략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큰 데다 불똥이 미국 기업으로까지 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 미국의 이번 중재가 갈등을 완전히 가라앉힐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일단 싸움을 멈추고 타협을 시도하는 기회가 제공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미국의 중재 노력이 파국을 막고 한·일 갈등의 출구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8월 1일 (출처:경향신문DB)


미국의 움직임과 별개로 한·일 양국 간 대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무소속 서청원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의원단이 31일 일본의 주요 정계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방일했다. 지난 5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을 냉대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실력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비롯해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 주요 여야 의원들이 망라됐다. 1일에는 ARF 회의가 개최되는 태국에서 일본의 경제도발 이후 처음으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게 된다. ‘파국’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마련된 이번 대화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서청원 의원은 누카가 회장 등과의 오찬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양국 의원들이 “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것에는 공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국 국민 대다수의 심정이 그 말 그대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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