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 정부, 일본 지식인들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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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아베 정부, 일본 지식인들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7. 29.

일본의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지식인들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 여성학자 우쓰미 아이코 등 77명은 지난 25일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수출규제 철회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직 외교관, 의사, 작가, 언론인 등도 포함된 참가자들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성명을 내걸고 8월15일을 1차 기한으로 서명자를 모집하고 있다. 양국이 정면충돌의 파열음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경제도발 철회와 대화에 의한 문제해결을 촉구한 것은 의미가 크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22일 (출처:경향신문DB)


이들은 성명에서 “반도체 제조가 한국 경제에 갖는 중요한 의의를 생각하면 이번 조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를 “적대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식민지로 지배한 역사를 거론하며 “한국과 대립하더라도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성명은 또 아베 신조 총리가 올해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아예 언급하지 않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생략한 것을 지적하면서 “마치 한국을 ‘적’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잘못이다.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징용공들의 소송은 민사소송이고, 피고는 일본 기업”이라면서 그런데도 처음부터 일본 정부가 뛰어들면서 국가 대 국가의 다툼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인 강제연행·강제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들과 중국인 피해자들 간에 화해가 이뤄졌을 당시 일본 정부가 민간의 일이라며 개입하지 않았던 것을 들어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이율배반임을 부각시켰다. 


최근 일본의 분위기로 볼 때 성명이 다수의 목소리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성명의 지적 어느 하나라도 사실에 어긋난 것이 없다. 한·일관계를 직시하면서 아베 정부의 태도를 바로잡으려는 세력이 일본 시민사회에 건재한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의 폭주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한·일관계는 돌이키기 힘든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아베 정부가 지식인들의 고언을 무겁게 받아들여 추가 도발을 멈출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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