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핵 선제 사용’ 정책 폐기를 포함해 핵 정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가 핵 선제 불사용과 적의 핵 공격을 감지하는 즉시 대응하는 ‘경보 즉시 발사’ 정책의 폐기를 담은 새로운 핵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합참 부의장을 지낸 예비역 대장 제임스 카트라이트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핵 선제 사용 정책 폐기를 주장했다. 오바마가 지난달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이를 두 차례나 안건으로 올린 것을 보면 남은 임기 중 자신이 제안한 ‘핵 없는 세상’ 비전을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가 꽤 강한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이 이 같은 정책 변화에 반대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핵 선제타격이란 상대방의 핵 도발 능력을 선제공격으로 무력화하는 것이다. 적이 핵 공격 시 피해를 입은 동맹국을 위해 핵으로 보복한다는 핵우산 정책과도 다른 공세적 개념이다. 카트라이트는 기고에서 미국이 러시아, 중국을 선제공격하면 전방위 보복을 부를 것이고, 비핵보유국을 핵으로 선제타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핵보유국이든 비핵보유국이든 어떤 상대에게도 선제타격은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해 핵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일본과 한국을 방사능 낙진으로 뒤덮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미국의 선제타격 포기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무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니 미국이 선제타격론을 접는다면 북한은 결정적으로 핵 무장의 정당성을 잃게 된다.
한국 정부가 핵 선제 사용 폐기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를 폐기하면 한반도 내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이 약화되고, 특히 북한이 선제타격을 할 경우 대비책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줄어 분쟁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남한을 향해 먼저 핵 공격을 가한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핵우산은 선제공격을 전제로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반대는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구실이란 의구심이 든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국은 물론 미국·중국·일본의 지상 과제이기도 하다. 핵 선제공격 포기를 적극 지지한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핵 강국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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