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시리아 반군과 IS의 변신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시리아 반군과 IS의 변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8. 8.

자브하트 파타 알 샴. ‘(레반트: 레바논과 시리아 지역) 정복 전선이라는 의미다. 지난 7월 말 새롭게 등장한 시리아 내 과격 이슬람주의 반군 조직의 이름이다. 그런데 신생 조직이 아니다. 알 카에다 연계 과격 이슬람주의 알 누스라 전선의 새로운 이름이다. 시리아 북서 지역에서 현재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세력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름을 바꾸고 알 카에다와의 결별을 선포했다.

 

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아닌 반군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활동지역인 (레반트)’파타(정복)’라는 단어를 조직명에 넣어 반군 조직임을 분명히 했다.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는 조직의 개명을 발표하는 동영상 메시지에서 레반트에서의 반군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동영상에서 그는 또 미국과 러시아가 알 카에다 지부인 알 누스라 전선을 공격한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도록 알 카에다를 떠나 이름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한 조치다.

 

이 조직의 변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알 줄라니는 원래 이슬람국가(IS) 소속이었다.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시리아 담당자였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자 알 바그다디는 그를 시리아로 파견해 조직 건설을 지시했다. 시리아 북부 지역에 거점을 마련한 알 줄라니는 알 누스라 전선을 20121월 출범했다. 그런데 이후 알 바그다디의 지시를 거부하고 IS와 결별했다. 2013년 말부터 양측 간 대규모 교전이 발생해 100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내전으로 분열된 시리아의 주도권을 놓고 여러 과격 이슬람주의 세력 간에도 다툼과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세력 확장과 생존을 위한 배신과 카멜레온식 변신이 판치는 것이 현재 시리아 상황이다. 자브하트 파타 알 샴의 등장은 더 많은 지지자를 흡수하고 서방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전술이다. 시리아 내 반군 중 상당수가 과격 이슬람주의를 배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명 이후 이 조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군을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적극 선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리아 정부군의 포위공격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에 대한 구호활동 모습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신은 선명성 경쟁을 위한 상징적인 움직임이다. 조직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 알 줄라니는 동영상에서 개명이 알 카에다 지도부의 축복 속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알 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도 연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활동지역 내 통합과 결속이 더 중요하다며 개명을 승인했다. 자브하트 파타 알 샴은 유럽 등에서 테러를 감행하지는 않지만, 시리아 내 자폭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IS와 마찬가지로 장악지역 내 이슬람국가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IS도 여러 변신의 과정을 거쳤다. 1999일신교과 성전으로 출범해,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알 카에다의 연계조직인 이라크 알 카에다가 되었다. 2006년에는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를 건립한다는 목표로 이라크 이슬람국가로 개명했고,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자 동부지역을 장악해 이라크와 시리아 이슬람국가로 이름을 바꾸었다. 20146월 이라크 제2도시인 북부 모술을 장악하고 경제적 거점까지 마련하자마자 ‘IS’를 선포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전술도 수시로 바꾼다. 조직의 팽창기에는 새로 장악한 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내부적인 투쟁에 집중했다. 반대 및 저항 세력을 제거하고 조직의 선명성을 높이기 위해 장악지역 내 다른 종교와 소수민족을 청소했다. 20149월 이후 미국 주도 연합군이 격퇴작전을 시작하자, 특히 20159월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 시작되자 중동 및 유럽 그리고 아시아까지 테러에 나서고 있다. IS 격퇴작전이 쉽지 않은 이유 그리고 IS가 사라져도 제2, 3IS가 등장하게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