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어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이에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은 북측의 대남 방송이 남측 방송을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마침 대북 방송을 시작한 어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이기도 해서 북측의 강경 대응이 우려됐었다. 다행히 북측이 재차 도발은 하지 않았지만, 대북 방송에 ‘최고 존엄’이라는 김 제1비서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만큼 언제든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 핵실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없다. 북한을 자극해 반발하도록 만들 수는 있어도 핵개발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분노하고 이를 단호하게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북한 핵개발은 응징의 차원이 아니라 남북 모든 시민의 생존이 걸린 엄중한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해 북한의 지뢰도발사건 때와 같이 대북 방송이 남북 군사 대결로 비화하지 않도록 상황을 유연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자칫 군사적 대결 상황이 초래되면 북한 핵실험 사태의 초점이 흐려지고, 국제사회의 조율된 공동대처 대오를 분산시키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북한은 대북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새로운 도발의 계기로 삼을 만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호소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해놓고 그에 대한 응징이 부당하다고 맞서는 것은 적반하장일 뿐이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대화와 경제를 강조해 놓고는 핵실험을 감행한 자신의 기만적 행동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격분을 알아야 한다. 4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체제 생존을 도모하게 된 것이 아니라 무모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비타협적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켰을 뿐이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핵폐기를 위한 대화와 협상의 장에 나와야 할 것이다.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기 바란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방어적인 억지 수단을 넘어 공세적인 위협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접근이 아니라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 즉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 안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포함하는 평화체제에서 북한 핵보유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정부는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을 일괄 타결하는 포괄적 방안을 마련, 북·미를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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