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군이 사드 요청 안 했다는데 환영부터 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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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미군이 사드 요청 안 했다는데 환영부터 하는 정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 29.

국방부가 어제 “주한미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해 오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하면 이를 환영한다는 말이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한 지 보름 만에 사드 배치 논의가 공식화를 넘어 배치 자체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사드 배치를 흡사 남의 나라 일인 양 여기는 주권국가답지 않은 태도에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다른 무기체계 도입과 의미가 다르다.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고스란히 편입된다. 미국이 사드를 괌·일본에 이어 한반도에까지 배치한다면 중국의 턱밑에서 미사일 포위망을 구축하게 된다. 이처럼 한·미·일이 중·러 포위망을 형성하게 되면 중국은 자연히 북한과 더 밀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관영매체 환구시보 사설을 통해 “한국은 사드 배치 때문에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재정적 부담만 지지 않으면 사드를 들여도 괜찮다는 투다. 한국이 사드를 구입해서 운용하든 미국이 주한미군에 알아서 배치하든 중국을 자극한다는 데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주권에 앞서 재정적 부담을 중요시하는 태도에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사드 한국 배치에 관해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다음 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막후에선 사드가 타결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29일 미국 정부로부터 협의 요청이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_연합뉴스


정부의 사드 배치 논의 방식도 문제다. 어제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미 간 사드 배치가 막후에서 타결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부인하며 사드 배치에 대한 ‘3불(사드 배치에 대한 요청도, 협의한 적도, 결정된 바도 없다)’ 원칙을 유지한다고 했다. 말장난이 지나치다. 양국이 몰래 사드를 협의해왔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다렸다는 듯 사드를 도입하겠다고 입장을 바꿀 수 없다. 이렇게 쉬쉬하고 국민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안보정책을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통화해 놓고도 이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익과 애국이 이런 것인지 묻고 싶다. 중국을 적으로 돌려놓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중국은 북핵보다 사드를 더 위험시한다. 사드 배치는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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