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별없는 증오심이 낳은 미 올랜도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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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분별없는 증오심이 낳은 미 올랜도 참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6. 14.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이 12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를 난사해 최소 50명이 숨졌다. 2001년 항공기 납치 자살 테러로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9·11 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라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분별없는 증오심의 표출”이라며 비난했듯 무고한 시민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반문명적 폭거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사살된 범인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점조직인지,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인지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의 부친은 아들이 동성애자를 증오했다고 증언했다고 하니 범행 동기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분명한 점은 범인이 증오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사건은 미국이 불만을 쉽게 테러로 전환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나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총기 난사 테러처럼 외로운 늑대들이 저지르는 테러가 특정 조직에 의한 테러보다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외로운 늑대들에 의한 테러는 발생 시점과 방식에 대한 정보 파악이 어려워 사실상 예방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IS 같은 해외 테러조직들은 폭탄물 제조방법,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 등 테러 노하우를 인터넷으로 유포해 이념적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테러를 실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주체의 개인화는 21세기형 테러의 특징이며 이는 각국에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펄스올랜도나이트클럽 사고 희생자를 위한 추모집회에 참석한 한 게이 커플. 시카고_AP연합뉴스


하지만 이슬람 혐오증을 조장하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 IS는 이슬람 경전 쿠란을 왜곡해 성소수자를 살해하는 걸 정당화하고 있으나 주류 이슬람교는 동성애자에 대한 포용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이슬람계 시민들이 느끼는 정체성 혼란과 이민자로서의 고립감이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면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은 끊임없이 양산될 수 있다. 결국 소외계층을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제거함으로써 테러의 토양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슬람국가에 가담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모군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슬람 근본주의와 연계된 테러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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