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브렉시트 주장하는 세력의 위험한 선동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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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브렉시트 주장하는 세력의 위험한 선동을 우려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6. 20.

오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열정적으로 잔류 운동을 벌여온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이 16일 피살됐다. 범인은 난민 포용에 적극적이었던 콕스 의원을 공격하면서 “영국이 먼저”라고 외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간성과 이상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문명에서 야만으로의 추락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콕스 의원은 숨지기 전 3개월 넘도록 수상한 메시지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브렉시트를 부추기는 세력의 선동이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브렉시트 찬성파들은 영국 경제의 부진을 이민자 유입, EU의 각종 규제와 분담금 탓으로 돌리고 있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통제되지 않은 이민 정책이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일부 대중지들은 “EU에서 벗어나면 이주민의 자유 왕래와 난민 할당 정책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영국에서 제2의 올랜도 참사를 막으려면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슬람계 난민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대제국을 거느렸던 역사적 경험 때문인지 영국인들은 주권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렇다 해도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 현재 보여주는 모습은 배타적 국수주의이며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다.


유럽 연합, 영국, 브렉시트 일지. 2013년 1월 23일~2016년 6월 23일._경향DB


28개국으로 구성된 EU는 공동체의 상징이자 다자협력, 지역통합의 모범적 모델로 여겨져 왔다. 201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유럽공동체주의의 균열이 불가피하다. 유럽통합은 유럽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꾸준히 전개됐으며 영국도 비록 정치통합에서는 다른 나라와 속도 차이를 보였지만 경제통합에는 적극적이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이 같은 역사적 진전을 물거품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영국에 EU 탈퇴가 가져올 보상은 명확하지 않은 반면 위험은 분명하다. EU와의 교역축소, 영국 내 투자위축, 환율변동성 증가, 성장률 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콕스 의원 피살을 계기로 국민투표 연기론이 나오고 브렉시트 가능성이 옅어졌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영국의 우경화를 전제로 한 브렉시트가 추진된다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영국의 한계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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