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진핑 방한, 한·중 넘어 동북아 평화에 기여를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사설]시진핑 방한, 한·중 넘어 동북아 평화에 기여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6. 27.

남북은 지난 2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6개월 만에 열었지만 이견으로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이렇게 공단 재가동 9개월이 지나도 공단 발전을 위한 남북 합의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공단 밖의 현실을 고려하면 공단 사정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남북은 현재 대화를 중단한 것은 물론 험악한 발언을 주고받으며 감정 대립을 하고, 나아가 군사적 긴장도 고조시키고 있다.

한·일관계 역시 아베 신조 정권의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 발표가 드러낸 것처럼 전례없는 대결 상태에 처해 있다. 담화 검증이라는 아베 정권의 도발 이후 양국은 각각 미국을 상대로 검증의 문제점을 부각하거나 검증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등 대치선을 미국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남북, 한·일 갈등과 달리 북·일관계는 급진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일 간에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와 대북 제재 해제 합의 한 달 만인 지난 26일 해방 전후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 유족들이 평양을 방문했다. 양측은 다음달 1일에는 베이징에서 국장급 협의를 갖고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 극가주석 내외 방한 주요 일정


이런 상황에서 한·중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통적 우방인 북한이나 일본에 앞서 내달 3~4일 한국만 방문한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이후 북·중관계는 소원해지고, 중·일관계는 한·일관계와 같은 대립 상황에 처하면서 한·중이 얼마나 친밀해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한·미동맹 만능주의로 인해 한·중관계가 서먹해진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의 한·중관계 개선은 소망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한·중관계의 진전은 그 나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중관계의 발전이 바람직하다 해도 다른 대외관계의 악화를 전제로 한다면 건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에서는 남북이 대결하고, 한·일이 갈등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한·중 및 북·일 관계의 진전이라는 전혀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단지 우연이라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남북 및 한·일 관계의 약화가 한·중 및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는 요인이 되어 동북아 국가들이 상호 협력의 관계 대신, 서로 밀쳐내는 관계로 구조화된다면 아주 불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북아 평화는 이쪽과 저쪽의 대치선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대치선을 상호 교차하며 협력하는 관계망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중관계 개선이 다른 대외관계를 희생한 결과가 아니라, 동반 개선의 효과를 내도록 다차원적인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