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1994년 이후 25년 만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최근 며칠간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날 위안화가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 상황이 중국 정부 용인 아래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에 중국이 위안화 환율 인상으로 대응하자 다시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물고 물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세계 경제 G2의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세계 경제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양국 간 충돌은 경제의 바로미터인 세계 증시에 곧바로 반영됐다. 갈등 당사국인 미·중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가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증시도 한때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환시장도 당분간 불안한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전쟁으로 비화된 양국의 갈등은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악재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한·일 간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강 대 강’의 무역전쟁 국면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 격화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환율조작국으로 판정되면 수출국에 다양한 압박수단이 동원된다. 수출국가는 수입국의 시장진입 규제나 환율압박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 의심선상에 오른 국가들에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런데 미국의 지난 5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뿐 아니라 한국이 9개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미국의 태도를 예의주시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국 위안화가 급락하고 세계 증시와 환율시장이 요동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통화를 하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미·중의 충돌로 세계 경제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 기업들의 대중국 진출 위축과 대미 수출 감소뿐 아니라 중국의 보복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중국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한국의 수출과 내수 모두에 악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또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우려된다. 최근 한·일 간 갈등의 격화 와중에 악재가 중첩되고 있다. 정부는 대내외 상황 변화를 위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살얼음판과 같은 상황으로, 조그만 방심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사태를 객관화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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