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한·일관계 회복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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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일본, 한·일관계 회복 의지 있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0. 21.

꽉 막혀 있던 한·일관계를 풀어 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22일 일왕 즉위식 참석차 방일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자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서가 될지 구두메시지 형태가 될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총리가 24일 아베 총리와 면담하면서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모두가 함께, 세상을 이롭게'란 주제로 열린 단기 4352년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만나는 시간은 10~20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한·일관계를 회복하자’는 메시지 전달에서 더 나아가기 어렵다. 정공법은 아무래도 정상회담일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정상회담을 다음달 국제회의에 맞춰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 19일자로 보도했다. 양국이 의지만 있다면 다음달에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을 활용해 정상회담을 열 수도 있다. 양국 최고지도자가 직접 만나 신뢰를 쌓고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톱다운’ 외교가 한·일 간에도 필요한 시점이 됐다. 70년 적대 관계였던 북한과 미국도 정상외교로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면담이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가 변했다는 징후는 좀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 “늘 대화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된다”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한국이 “신뢰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기존 인식도 함께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한·일 화해를 위해 일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간간이 흘러나오지만 총리실의 강경한 태도 탓에 확산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한·일 기업의 출연금으로 보상하는 ‘1+1 방식’의 해법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일본이 호응한다면 다소 정치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절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놓은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는 한국의 잘못이니, 한국이 결자해지하라’는 식의 고압적 태도를 풀지 않고 있다. 


문제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할 말이 많은 쪽은 한국이다. 그럼에도 외교적 해결을 꾀하려는 것 아닌가. 일본이 한·일관계를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백번을 만나봐야 헛일이다. 일본은 이번에 열린 대화의 창을 닫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아베 총리가 이 총리와의 면담에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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