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와 비핵화 의지 재확인한 김정은 친서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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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평화와 비핵화 의지 재확인한 김정은 친서를 환영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3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A4 용지 2장 분량의 친서에서 2018년을 마감하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내년에도 두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또 두 정상이 올해 세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간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고,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한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두 정상이 평양 합의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으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북·미 협상이 장기 교착되고, 서울 답방 무산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저물어가는 세밑에 북에서 날아온 친서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나 획기적 관계 진전을 이뤄낸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유종의 미’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 이상으로 북한도 남북관계 발전을 중시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남측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는, 남측 국민을 향한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간에는 북·미 협상에서 비핵화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이 반년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북·미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의 장래에도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된 것이 이런 심리를 키운 면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이런 남측 내부의 의심과 불안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친서는 이틀 뒤인 새해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할 신년사 메시지를 어느 정도 예고하는 듯하다. 최근 미국이 미국인의 방북 허용 검토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비핵화 요구 수준도 ‘단계적 해법’으로 옮겨가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북·미 협상 재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며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신년사에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 밝힌 대로 2019년에도 남북이 굳게 협력해 ‘한반도 대전환’이 본격화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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