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국의 핵무장론 등 강경론이 분출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며 핵무장론을 제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동북아시아에서 우리만 핵 고립화돼 있는 문제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여권에서는 핵무장론 외에 주한미군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와 개성공단 폐쇄까지 거론하고 있다. 집권당이 북한 핵실험으로 높아진 국민의 안보 불안에 편승해 무책임한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논리도 결여되어 있고 원칙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실리도 없다는 점에서 북핵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여당 지도부의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은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위배된다. 핵무기의 시험, 생산, 보유, 저장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 선언은 1991년 이후 권위를 유지해왔다. 비록 북한이 이를 깨고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마저 따라 하려고 한다면 이는 원칙을 스스로 깨는 일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의 정당성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도 대안이 될 수 없다.
한국의 핵무장은 한국이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도 정면 위반하는 것이다. 이를 묵살한 채 핵무장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성사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설혹 성공했다 하더라도 국제적 제재와 고립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핵무장의 이유로 제시한 자위권 논리는 국제규범에 어긋난다.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에서 확인되듯이 핵자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권국가들이 모두 핵무장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는 핵무기를 핵무기로 견제하는 총체적 무질서 상태, 안보 부재의 정글이 될 것이다. 북한이 20년 넘게 ‘자위권 차원의 핵개발’을 주장해도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건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
미국 뉴욕주 유엔본부에서 지난 3일부터 4주간 열린 제8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28일 폐막식을 갖고 있다._연합뉴스
핵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대량살상무기이다. 어떤 이유로든 핵이 한반도에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국회 답변을 통해 “정부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일관되게 관철시킨다는 것”이라며 기존 공식 입장을 확인한 것을 평가한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것이 북핵을 막을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미국에서 제기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도 레이더의 사정거리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을 자극하는 무기 체계이기 때문에 중국의 반발만 살 것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위기를 몰고 왔지만 어디까지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물론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한 채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강한 제재를 하고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엔 안보리가 긴급 회의를 소집해 구체적인 대처 방침을 결의했고,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도 대응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효성도 없는 강경책으로 나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독자적인 북핵 대처도 필요하지만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효과적인 상황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대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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