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확산 조짐 보이는 지구촌 증오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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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확산 조짐 보이는 지구촌 증오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0. 30.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극우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승리했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정계의 변방 인물이었으나 대규모 정치 부패 스캔들과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치안불안 등으로 기성 정당의 지지가 추락하자 ‘변화’를 내세우면서 지지율을 높여왔고, 수감 중인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가 무산되면서 끝내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보우소나루가 성소수자, 여성, 원주민을 차별하고 독재를 비호해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군인 출신인 보우소나루는 과거 군부독재 정권(1964~1985년) 시절을 옹호하는가 하면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두둔했다. 유세 당시에는 경쟁 상대인 노동자당의 지지자들을 총으로 쏘라며 폭력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특히 여성, 성소수자, 특정 인종에 대한 극단적인 태도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다. “여성과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여성은 임신을 하기 때문에 임금을 적게 줘야 한다” “동성애자에게는 매질이 필요하다” 등 입에 올리기가 거북한 망언들을 쏟아냈다. 이런 언행들이 백인 기득권층과 재계, 군부는 물론 기성 정치에 실망한 중산층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정치자산이었다니 ‘증오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성싶다.

 

국제사회는 보우소나루의 집권으로 지난 30년간 유지돼온 브라질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정권이 군부독재 못지않은 공포정치를 펼치는 한편 사회적으로 증오와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증오 포퓰리즘’이 발호하고 있다. 독일의 극우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28일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16개 주의회에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고, 지난달 9일 스웨덴 총선에서도 극우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제3당의 지위를 굳혔다. 지난 27일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회당 총격사건의 범인은 소셜미디어에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증오감을 표출했다.

 

증오 포퓰리즘은 기성정치의 실패를 자양분으로 한다. 제도권 정치가 현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치 불신이 커질 경우 언제, 어느 곳에서건 독버섯처럼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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