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3일 이란과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하자 사우디와 가까운 바레인과 수단도 뒤따라 단교했다. 사우디는 어제 이란과 연결하는 항공편도 끊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의 화약고가 되어 있는 중동에 새로운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엔이 나서 양국에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양국 간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수니파의 수장국인 사우디가 먼저 조장했다. 사우디는 지난 2일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등 반정부 시아파 인사 4명을 포함해 47명을 테러 혐의로 전격 처형한 것이다. “이단 사상을 품고 외부세력과 결탁해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폭동을 일으켰다”는 죄목을 씌웠다. 시아파의 맹주국인 이란을 테러 지원 세력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알님르를 옹호해온 이란의 시위대가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고, 이튿날 사우디가 기다렸다는 듯 단교 조치를 내렸다.
이란 `시아파 벨트`VS 사우디 대 예멘공습_경향DB
양국은 중동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온 앙숙이다. 특히 지난해 1월 사우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취임한 후 위상 강화를 꾀하자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란은 이라크-시리아-레바논 등을 연결, 사우디를 압박하는 ‘시아파 벨트’ 구축으로 맞섰다. 급기야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 직접 개입해 반군 시아파를 공격했고, 이란은 반군을 지원해 양국이 사실상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응징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위상이 강화된 것도 사우디를 불편하게 했다. 민주화 요구에 직면한 사우디 왕실과 대외 개방을 거부하는 이란의 강경파가 국내에서 코너에 몰려 있는 것도 갈등의 원인이다. 양국의 집권세력이 상대국에 적대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질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처럼 종파 갈등과 지역 패권 경쟁이 중첩된 만큼 양국 간 갈등은 쉬 해결되기 어렵다. 하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어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중동은 물론 전 세계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원유시장이 불안해지면 그렇지 않아도 불황에 빠져 있는 세계 경제도 휘청거리게 된다. 양국 모두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에도 결정적 악재다. 양국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깊이 인식하고 신중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두 나라 간 전쟁은 양국 집권세력에도 파국을 가져올 것이다.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가 세계인의 소망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중재와 압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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