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새해의 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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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 새해의 블랙스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 4.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의 백미는 백조들의 군무와 백조 오데트·흑조 오딜의 춤일 것이다. 군무가 부드러운 조화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통상 1인2역으로 진행되는 오데트·오딜의 춤에는 숭고함과 간악함이 동시에 배어있다. 흔히 백조는 선, 흑조는 악으로 묘사되지만 생물학적 상황은 다르다. 17세기만 해도 유럽인들은 고니가 흰색만 있는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통념이 깨진 것은 17세기 말 호주에서 검은색 고니가 발견되면서였다. 흑고니를 뜻하는 블랙스완이 경제학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뉴욕대 교수가 2007년 같은 제목의 책을 낸 뒤였다. 그는 ‘블랙스완’의 개념을 일반적 기대 영역 바깥의 관측값으로 규정했다. 예측 불가능한 일이 발생하면 충격이 크며, 시간이 지나야 설명이 가능해지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서브프라임 문제를 제기하면서 파국이 월가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는 그대로 현실화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_AP연합뉴스


새해 들어 블랙스완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슬람국가(IS) 공격으로 인한 유가 급등을 최대 시험대로 꼽았다. 마켓워치는 미국 대선에서 무슬림의 입국금지 같은 공약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와 온건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사임을 꼽았다. 중동 국부펀드의 자금 인출, 시총 세계 1위 애플의 아이폰7 출시 지연 등도 포함됐다. 물론 익히 알려진 위험도 있다. 중국발 경제둔화 우려는 어제 다시 한번 맹위를 떨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을 초토화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 경제붕괴 등도 예상 가능한 위험 요인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글로벌 경제가 빙하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파장이 어떻게 번질지 누구도 모른다. 한국도 인구절벽, 고용절벽, 성장절벽, 소비절벽, 수출절벽 등 기승전 ‘절벽’ 상황을 지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탈레브는 또 다른 저서 <블랙스완에 대비하라>에서 블랙스완 속에서 사는 법으로 ‘경험을 믿어라’ ‘낙관을 경계하라’ ‘이기려 말고 실수를 피하라’ 등을 제시했다. 어려울수록 희망찬가도 필요하지만 지금이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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