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김정은 제1비서의 당창건 70주년 연설이 보내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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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 북 김정은 제1비서의 당창건 70주년 연설이 보내는 신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0. 11.

북한이 그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2만여명의 육·해·공군이 참가한 열병식과 10만명이 동원된 군중시위 등 행사 모습을 3시간여 동안 실황중계했다. 소형화 핵탄두를 탑재했다는 신형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과 300㎜ 신형 방사포도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민생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인민제일주의’를 표방하면서 로켓 발사나 핵무기 추가 실험 등 결정적 도발은 없었다. 주변국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긍정적 신호와 더불어 부정적 신호를 동시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선 모습이다. 북한은 중국 대표로 방문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각별히 예우했다. 그리고 김정은 제1비서는 군중연설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이라는 말 대신 ‘경제·국방 병진노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핵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한 유화적 제스처도 보낸 셈이다. 이에 시진핑 국가주석도 친서에서 “근년에 김정은 동지가 당과 인민을 영도하며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 등의 방면에서 적극적인 진전을 이뤄냈다”는 이례적인 찬사를 했다. 북한 언론은 ‘남조선 괴뢰’ 등의 호전적 언사를 자제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도 보였다. 하지만 김 제1비서는 “미제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줄 수 있다”면서 신무기를 선보였다. 기대와 달리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고 미국과의 관계 진전 전망이 흐려지면 언제든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훈련 장소로 알려진 북한 평양 동쪽 미림비행장의 지난 6일 위성 사진_경향DB


최근 미·일과 중국이 각축하는 동북아 상황은 남북한 모두에 도전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북한의 신호를 수용해 남한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위기가 잦아든 만큼 8·25 접촉 때 합의한 남북 당국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전 당국회담을 성사시키고 싶다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국정감사 때 발언에 기대를 걸어본다.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협상 의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나아가 한·미동맹과 북·중관계 복원을 바탕으로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낼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곧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노력을 소홀히 하면 북한은 연말에 로켓 발사로 도발할지 모른다. 기회는 늘 오지 않고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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