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 졸업하는 당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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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사유와 성찰] 졸업하는 당신, 행복하세요?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2. 5.
2010.2.5 경향신문


2월은 졸업 시즌입니다. 그런데 이번 졸업식들은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각별히 어려워진 환경 속으로 졸업생들이 나가 어떻게 살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이렇게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저는 “행복하세요?” “행복한 졸업인가요?”라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보통은 “행복한 졸업식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축복하는 마음으로 말하겠지만, 이번에는 당신의 행복을 물어 보고 싶어요.

졸업식이 무어라고 거기에 잇대 행복을 물어보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졸업은 하나의 매듭이고 또 삶의 중간에 이루어지는 하나의 끝이니까 이때가 스스로의 행복을 점검할 최고의 기회라고 답하고 싶어요. 하이데거라는 철학자가 인생의 의미를 말하려면 삶의 끝인 죽음을 지금의 순간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 거나 비슷해요. 지금을 인생의 끝으로 놓고 출생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통째로 들여다볼 때 내 삶의 의미가 짚어지기 때문이지요. 졸업 자체가 하나의 매듭이고,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전환점이니까 이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의미, 그리고 그 삶이 행복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마땅하지요.

대학에 떨어져 불행한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어떤 이는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갔는데, 재수해야 하는데, 대학은커녕 당장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무슨 행복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대학을 졸업하는 이 가운데는 취직을 못해 갑갑한데 무슨 행복이냐고, 당장 용돈 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거예요.

출처: 경향신문 웹DB


이 시대는 여러분들이 행복을 느낄 시대는 아닌가 싶기도 해요. 경쟁사회에서 승리를 쟁취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 때 행복은 항상 승리와 함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실제로 행복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우수한 성적으로 최고의 대학을 다니고, 남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직장을 다니고, 남들이 오르지 못하는 높은 자리에 오른다 해도 그 삶이 자살로 끝나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런 삶이 행복한 삶일까요? 그런 삶에 대해 우리는 끝만 빼놓고 나머지는 모두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행복은 지금 순간에 그렇다, 아니다를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이루어 놓은 일이 나의 행복의 조건이 되거나, 지금의 내 기분이 나의 행복의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행복은 삶 전체를 놓고 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해피어>라는 책의 저자 벤-샤하르는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궁극적인 가치에 대해 이분법적 사고를 갖게 하는 나쁜 질문이라고 말합니다.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하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어떤 노력을 통해 행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면 그 다음의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그는 행복한지를 묻지 말고 ‘어떻게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행복의 조건은 과거에 달려 있지 않고 나의 삶 전체에 달려 있습니다. 어떻게, 무엇을 향해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행복한 삶이었는가를 물을 수 있는 진정한 시점은 언젠가 다가올 우리의 삶이 끝나는 지점이 될 것입니다.


행복의 조건은 삶 전체에 달려

그러니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거나, 대학 진학을 포기했거나,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했거나,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라도 그것이 당신의 삶을 불행하게 하거나 당신이 맞이하는 졸업식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아닙니다.

행복은 자신의 삶을 아름다운 꽃이 되게 하는 일, 다른 꽃과 더불어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어내는 일입니다. 이때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지금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더 행복하도록 노력하고 있는지 늘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졸업하는 여러분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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